13년 만에 진보와 보수교계가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드리는가 싶었는데 무위가 됐다.

지난 7일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2024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양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예배 한번 드린다고 해서 교회연합이 공고해 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처럼 한국교회가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하는 희소식에 반가워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두 주일 만에 실망스럽운 결론이 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3월 22일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불참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 교회협은 연합예배 장소가 목회자 세습 논란을 빚었던 명성교회이기에 용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누가 입장을 바꿨다거나 하며 잘잘못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활절연합예배 사태는 보수와 진보의 사이가 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단면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후반만 해도 한국교회에서는 당시 보수와 진보를 상징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단일한 대표연합기관으로 통합할 것을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부활절연합예배는 부활의 신앙을 갖고 있는 한 보수나 진보를 구분할 것 없이 함께 드려야 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한 목소리로 축하하고 기뻐하며 온 누리에 알려야 할 복된 소식이기 때문이다. 또 부활절연합예배를 계기로 보수와 진보기관들이 만남의 장을 하나씩 마련하다보면 교회연합의 의지가 쌓일 수 있다. 대사회 대국가 문제에 있어서도 하나된 교회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 물론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에는 한교총과 교회협 회원 교단들이 들어있다. 기존 양 기관에 속한 국내 주요 교단들은 차별금지법이나 이단 문제 등에 있어서도 협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기관이 가지는 역사성과 상징성은 또 다른 문제다. 올해의 상황을 차분히 돌아보고 내년에는 보수와 진보가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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