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신앙 뿌리 내리는 교리 교육
주일학교 넘어 교회 전체 내진 설계

지난해 말 총회교육개발원(이사장:송태근 목사)이 출간한 <하나 바이블> 4과정 교재를 통해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리 교육이 전국 교회 주일학교 현장에서 진행 중이다. 교육개발원은 앞서 현장 지도자 및 교사들로부터 “교리는 딱딱하고 어렵다”라는 의견을 청취했던바, 준비 과정에서부터 재밌는 활동으로 부서별 교리 교재를 제작했으며 막연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지도자와 교사들을 위한 ‘쉬운 교리 아카데미’까지 별도로 개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특별히 지식 전달 위주의 교리 교육이 아닌 삶의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전개하고, 부모들의 피드백을 받아 가정용 교재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구성하는 등 가정과 연계도 강화했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 속에 시행 3개월을 지나는 시점, 교리 교육을 통해 주일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성도가 유익을 맛보는 교회들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편집자 주>

창훈대교회 이상복 목사(사진 가운데)와 교역자들이 함께 주일설교를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 목회자들은 〈하나 바이블〉을 바탕으로 유아부부터 장년부 설교까지 같은 성경본문으로 말씀을 하기에, 공동으로 말씀연구와 설교내용을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말씀을 가정예배로 연결시켜 자녀신앙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창훈대교회 이상복 목사(사진 가운데)와 교역자들이 함께 주일설교를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 목회자들은 〈하나 바이블〉을 바탕으로 유아부부터 장년부 설교까지 같은 성경본문으로 말씀을 하기에, 공동으로 말씀연구와 설교내용을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말씀을 가정예배로 연결시켜 자녀신앙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창훈대교회(이상복 목사)는 매주 토요일 담임목사가 주관하는 교역자 모임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각 부서를 담당하는 교역자들은 8일 뒤 주일예배에서 설교할 성경 본문에 대해 자신이 살펴본 주석과 묵상을 자유롭게 나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본문이 1~4세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부에서부터 장년 예배에서 설교하는 담임목사까지 모두 같기 때문이다. 창훈대교회가 전 부서 통합 본문을 사용한 건 올해로 4년째, 여기서 온 교회가 따르는 본문은 바로 <하나 바이블>의 각 과 본문이다.

“주일학교 교육을 일관되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자녀 신앙교육의 주체는 부모라는 사실을 성도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적으로도 부모와 자녀 간 접점을 마련하기 위해 장년과 다음세대의 주일예배를 하나의 말씀으로 연결해야겠다는 당위에 도달한 것이죠. 마침 총회 공과가 재편돼 나오면서 영상 자료 등 활용할 콘텐츠들이 잘 돼 있어서 모든 본문을 주일학교 중심의 <하나 바이블>로 편성하게 됐습니다.”

이상복 담임목사를 비롯해 교역자들은 모임에서 동일 본문이지만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통찰을 나누며, 각자가 맡은 목양 대상에 맞게 설교를 준비한다. 홀로 묵상하며 미처 바라보지 못한 지점을 나눔 과정에 깨닫고 도전받는 것은 담임목사 역시 마찬가지다.

본문 통합으로 세대 간 접점을 만들었다면, 실제적인 연결은 가정에서 이뤄진다. 담임목사는 주일 설교 내용을 요약한 5분 메시지를 녹화해 제공하고, 주보에 QR코드를 넣어 자녀들의 나이에 맞는 예배 순서 및 <하나 바이블> 영상 콘텐츠로 연결함으로써 부모들이 부담 없이 가정에서 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와 자녀 간 신앙적인 소통은 물론, 대화가 단절됐던 가정들이 그 주의 공통 말씀을 계기로 일반적인 소통까지 회복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본문 통합을 진행해 온 이 목사에게도 <하나 바이블>이 교리를 다룬다고 했을 때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주일 설교는 현장을 두고 성도들의 삶을 어느 정도 만져주는 것이 필요한데, 교리를 주제로 시작하면 그 부분이 괜찮을지 걱정됐죠. 그런데 지금 3개월 진행하면서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살펴보는 동시에 실생활에 묵직하게 적용할 수 있는 지점도 매주마다 발견하면서 기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교리라고 해서 전혀 어색함도 없고 오히려 너무 좋은 기회라는 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신앙의 뿌리를 튼실하게 내리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장년들에게도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는 동시에 말씀의 기반 위에 흔들리지 않는 기둥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하나 바이블> 교리 교육 과정을 감수하고 교역자 및 교사들을 위한 교리 강좌의 해설을 맡은 박재은 교수(총신대 신학과)는 “삶 속의 다양한 관점과 이단적 생각이 기초를 흔들리게 만드는 이때, 이것을 잡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라며 “그런 점에서 하나님 말씀, 즉 교리 교육은 이 시대 아이들을 잡을 수 있는 내진 설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교리를 어렵게 느껴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성경과 교리가 다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성경이 말하는 핵심 가르침을 요약하고 정리해 진술한 것이 교리이고, 지금까지 배웠던 성경 내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교리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교회는 늘 주일학교가 있었고 공과 교육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토양은 좋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이미 오병이어 사건을 다 압니다. 근데 그 안에 담긴 하나님께서 우리를 먹이시는 분이고 양식이시고 창조주시라는 신학적, 교리적 틀은 모르죠. 이제 거기서 머물지 말고, 그 좋은 토양에 건물을 세워보자는 겁니다. 교리적 기둥을 하나둘씩 세워가다 보면 결국에는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이라고 하는 교회적 틀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박 교수는 교리 교육에 참여하는 교역자 및 교사들을 향해서도 당장 열매를 보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임하기를 당부했다.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교리 교육의 진가는 위기 속에 발현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함께.

“이번 <하나 바이블>에서는 모든 걸 다 놓쳐도 이것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아이들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기억하고, 그래서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라고 고백한다면 교리 교육은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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