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안성빈 목사(그루터기교회)

그루터기교회는 오후 3시에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오후 예배냐, 저녁 예배냐 하고 다시 묻곤 한다. 아니다, 오후 3시에 드리는 예배가 주일 대예배다. 중증장애인들은 혼자서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외출할 수가 없다. 활동지원사가 집에 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을 받아야 우리가 휠체어에 앉을 수 있고 외출할 수가 있다. 개인 차이는 있겠으나 보통 외출을 준비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다. 활동지원사는 정부에서 급여를 받고 중증장애인의 모든 활동을 돕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첫 예배로 오후 3시에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린 후 우리 교회는 성도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한다. 남의 사무실을 빌려서 예배드리는 것이라 주방이 따로 없어 매주 식당에서 사 먹는다. 다행히 우리 교회는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했기 때문에 휠체어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장애인 화장실도 곳곳에 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식당이 있다. 식사 후에는 카페로 이동해 차를 마시는 시간도 갖는다. 나는 농담 삼아서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교회 중에 우리보다 맛있는 식사를 하는 교회는 없을걸요.”

지난해 여름부터 우리 교회에 출석하시는 집사님이 계시는데 물론 중증장애인인 그분도 언제는 나한테 이렇게 묻는다. “목사님, 매주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사 먹고 커피도 마시면 교회 재정이 어려운 것 아니에요? 제가 걱정돼서요.” 집사님은 몇 사람 모이지도 않고 또 헌금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디서 돈이 나와 주일마다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교회는 매주 헌금이 6~7만원 정도 들어온다. 그런데 매주 식사비로 16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매주 적자다.

집사님이 우려한 바가 정확히 맞다. 우리 교회는 나와 전도사님 말고는 헌금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 어디서 돈이 나는 것일까? 외부에서 우리 교회를 알고 헌금해 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교회 사정을 알고 헌금해 주신다. 헌금하시는 분들을 살펴보면 사실 그분들도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빠듯한 형편 속에서 장애인 교회를 섬기는 것이다.

우리 교회는 사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지만, 성도들이 함께 식사하는 것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교회나 복지관 등에서 행사랍시고 장애인들을 모아놓고 선물을 조금 안겨 주며 허접한 식사를 대접받는 우리 장애인들의 상한 마음을 알기에, 우리 교회는 더 극진히 대접한다. 우리 교회는 맛있는 식사를 함께 나누며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축복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