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과연 ‘진리’는 무엇일까? 미국 하버드대학의 교훈은 라틴어 베리타스(Veritas), 즉 진리다. 하버드만은 아니다. 명문 대학 대부분이 내거는 가치가 진리다. 미국 건국과 함께 세워진 대학은 진리 추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진리란 예수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버드는 돈과 권력에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학문의 전당으로 인류사회 진보에 크게 기여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신은정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들만의 진실>(시대의창)이란 책에서 ‘진리보다는 돈과 권력을 좇느라 여념이 없었던 하버드’의 이면과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버드가 미국을 넘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해 왔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하버드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과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도 지적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려면 하버드로 가라’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성토한다. 진리보다 ‘부’, 더 나아가 ‘권력’까지 거머쥘 수 있는 고속도로와 같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역시 진리를 표방한다. ‘베리타스, 룩스미아(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라틴어가 학교 표지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그런데 우리 역시 미국과 다르지 않다. 최고의 대학에 가야 인정받고, 출세의 길이 보장됨을 진리처럼 믿는다. 진리의 근원적 정신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소위, 명문이라는 대학들의 일반적 캐치프레이즈는 대부분 진리처럼 고상하다. 차라리 솔직하면 좋겠다. 명문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대학들의 구호는 “취업 잘 된다”라는 등 매우 실용적이어서 훨씬 정직해 보인다. 학생들 역시 왜 대학에 가는지를 묻는다면 ‘진리 추구’ 같은 대답은 거의 없다. 먹고 살겠다는 것이고 냉혹한 현실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다.

세상은 그렇다 치고 ‘진리’이신 주님을 믿는 교회는 얼마나 그것에 접근할까? 정말 고상한 가치를 추구할까? 아니면 그것을 통해 돈 벌고, 야망만 실현하고 싶은 것은 아닐지? 그렇지 않으면 하버드나 여타의 명문 대학들이 ‘진리’를 간판으로 내건 채, ‘실리’를 좇는 것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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