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웅 목사(주다산교회)

복음적 통일은 교회 사명…평화의 일꾼으로 다음세대 세워나가야

직전총회장 권순웅 목사는 지난해 12월 8일에서 15일까지 월드비전 ‘한국교회 섬김 프로젝트’ 일환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이번 방독의 목적은 베를린과 라이프치히의 독일 통일 현장 탐방과 독일 통일을 경험한 전문가들의 만남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현배 목사(베를린 비전교회)와 정승안 목사(베를린 주안교회) 등 교단 소속 선교사들의 협력도 컸다. 1주일간의 여정 가운데 체득한 한반도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교훈을 <기독신문>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편집자 주>

하나님 섭리 가득한 독일 통일의 성지

첫 번째 행선지는 베를린 ‘화해의 교회’다. 부자와 빈자의 화해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교회는 원래 동베를린에 있었다. 화해의 교회가 서독으로의 탈출구 역할을 하자, 동독 정부가 교회를 폭파했다. 독일 통일 후 복원된 화해의 교회 마당엔 ‘화해’라는 이름의 조각상을 설치했는데, 그 아래 성경과 철조망이 놓여 있다. 분단의 상징 철조망 한가운데 화해의 상징 성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독일 통일 중심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통일 현장을 찾은 권순웅 목사가 베를린 장벽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독일 통일 현장을 찾은 권순웅 목사가 베를린 장벽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브란덴부르크 문과 베를린 장벽을 방문했다. 1987년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 앞에서 “이 문을 여시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시오!”라고 연설했다. 2년 후 군중들이 브란덴부르크 문과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었고, 동독 정치국원 샤보포스키의 말실수로 냉전의 상징이 무너졌다. 이 모든 과정에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 특히 통일을 위해 냉전의 양대 수장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동원한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 교회였다. 통일의 초석이 된 월요기도회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당시 기도회를 인도했던 목회자로부터 들은 증언 중 기도 내용이 특별했다. 교인들은 독일 통일을 위해서만 기도한 게 아니라, 통일에 영향을 주는 주변 국가를 위해서도 기도했다고 한다. 이후 독일에서 주변 국가의 평화를 주창하는 리더가 출현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빌리 브란트 총리다. 독일 통일에 적잖은 영향을 준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월요기도회의 기도 소리가 전달된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독일 통일의 증인들 “한반도 반드시 통일해야”

이번 방독이 다른 때보다 특별했던 이유는 독일 통일의 증인들과 인터뷰를 가진 덕분이다. 가장 먼저 만난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베르너 페니히(Werner Pfennig) 박사는 통일전문가로서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인물이다. 그는 독일 통일 방식이 점진적이었다며, 서독과 동독 양측이 상호 문화 교류 등으로 한 걸음씩 통일에 접근해갔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독일과 한국에 대해 인상적인 말을 했는데, “독일은 전 세계와 주변 국가에 피해를 준 죄 많은 국가인데 통일을 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피해받은 국가로서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독이 나름 독일 문화와 종교를 인정한 것과 달리,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양쪽의 차이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 국민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통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접한 예나대학의 미하엘 호프만(Michael Hofman) 박사는 독일 통일 당시 동독 교수로서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던 인물이다. 그는 독일 통일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음악, 종교, 교육, 이 세 가지를 서독과 동독이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흐의 음악은 공산 치하에서도 울렸고, 서독과 동독 교회의 기도가 통일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양쪽 다 독일인의 정체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즉, 독일 통일에 문화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이 극도로 주민들을 제한하고 있지만, 오늘날 디지털 문화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모른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통일을 하려면 스포츠, 문화, 경제 등을 통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빌리 브란트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볼프람 호펜슈테드(Wolfram Hoppenstedt) 박사와는 통일에 역할을 했던 정치 리더십에 관해 인터뷰했다. 그는 독일 통일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빌리 브란트 총리를 꼽았다. 통일 비전을 품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던 빌리 브란트는 전략적이고 영감 있는 정치와 외교도 펼쳤다고 한다. 호펜슈테드 박사는 “주변국의 경계를 알고 있던 빌리 브란트 총리는 독일 통일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동방정책을 주장했고 유럽연합을 위해 헌신했다. 소련과 동독뿐만 아니라, 서유럽과 관계 개선을 도모한 것, 폴란드 바르샤바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한민국에 피해를 줬던 일본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동독 지하교회를 섬겼던 빈프레드 루들로프(Winfried Rudloff) 목사도 만났는데, 지하교회에서 통일에 영향을 주는 주변국과 리더십에 대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독일 통일의 증인들과 대화를 통해 통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독일 통일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

독일 통일의 현장을 탐방하고 증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네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복음적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과 사명을 고취해야 한다. 페니히 박사가 말했듯이 전범국인 독일도 통일했는데, 대한민국은 전쟁 피해국으로서 당연히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통일은 한 민족 한 뿌리요, 하나님의 허락하심이다.(행 17:26) 북한의 핵무장과 무력도발이 심화된다고 통일을 포기하면 안 된다. 독일 통일을 보았듯이 하나님의 개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도 교회의 기도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는가. 특히 다음세대는 민족의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므로 분단상태에 익숙해 통일에 대한 의식과 비전을 잃어버리기 쉽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비전을 다음세대에 심어줘야 한다. 주다산교회는 청년·청소년 통일 비전 집회를 1월 14일 주일에 계획하고 있다. 전국교회도 교회 장년들뿐 아니라 다음세대에 복음적 평화통일의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권순웅 목사와 만난 빌리 브란트 재단 이사장 볼프람 호펜슈테드 박사.
권순웅 목사와 만난 빌리 브란트 재단 이사장 볼프람 호펜슈테드 박사.
미하엘 호프만 박사가 남북 문화교류가 한반도 통일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하엘 호프만 박사가 남북 문화교류가 한반도 통일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째, 통일 비전 기도의 지경을 확장해야 한다. 독일 통일 현장에서 교회가 기도한 내용을 보면 두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하나는 서독·동독 당사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다. 기도 덕분에 통일을 반대하던 소련 고르바초프나 미국 레이건, 유럽 인접국들이 협력자 및 협력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통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에 아데나워, 에르하르트, 키징거, 브란트, 슈미트, 콜, 슈뢰더, 메르켈 등 총리들 역할이 컸다. 그들은 통일을 위해 이어달리기 정책을 고수했다. 한국교회 또한 대한민국과 북한의 지도자를 위해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그들이 복음적 평화통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자로 세워주실 것이다.

권순웅 목사(주다산교회)
권순웅 목사(주다산교회)

셋째, 하나님의 형상 회복을 통한 자의식을 개발해야 한다. 독일은 일찍이 히틀러를 통해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경험했다. 페니히 박사와 인터뷰 중 독일 통일에 있어서 독일인들의 민족적 자부심, 자의식이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의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상, 대한민국이 경험했던 독재 시대에 국민의 자아상, 현재 진영논리나 지방색에 따른 편협한 자아상은 통일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건강한 자아상을 하나님의 형상을 통해 발견하고 세워가야 한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성경 말씀을 통해 가치관, 자아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넷째,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복음적 평화통일 인재와 리더로 키워야 한다. 독일 통일에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현재도 독일의 다음세대 교육에서는 건강한 리더를 키워내는 교육을 대단히 중요시하고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 교육은 성적 중심이 아니라, 바른 의식을 갖게 만드는 게 중점이다. 이를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투표와 시위에 참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에 통일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나아가 하나님이 허락하실 복음적 평화통일의 증인이 될 인재와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