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21만원에 팔아넘긴 ‘나무 가면’이 경매에서 60억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아프리카 가봉에서 만들어진 그 가면을 헐값에 팔아버린 한 노인은 그것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 귀한 것을 잊고 지내다가 다락방에서 찾아낸 후 고물상에 팔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비싼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되찾고 싶어 소송까지 한 모양이지만 돌려받기는 힘들 것이다. 21만원과 60억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다. 가치를 알지 못하면 보물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가치를 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디 이런 물건뿐이겠는가?

성탄절이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죄와 사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신, 하나님께서 최고의 선물을 주신 것이다. 그런데 흥청거리며 먹고 마시고 또 선물이나 주고받는 세상 사람들은 과연 성탄절의 가치를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을 안다면 하룻밤의 쾌락을 좇아 즐기는 날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리스도인들은 다를까? 성탄절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게 즐기는 것은 아닌지? 교회의 온갖 프로그램도 우리 스스로를 즐겁게 만들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성탄의 가치를 그렇게 스스로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님조차 저 뒤로 밀려나고 만다.

성탄의 가치를 알아야 ‘나’라는 존재의 가치도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주님께서 직접 이 세상에 오시어 죽어서 살릴 만큼 귀한 존재다. 그것을 알면 나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성탄절과 함께 2023년도 저물어 간다. 한 해 동안 내 삶의 가치를 얼마나 높였을까? 하루 또 하루를 흘려보내기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중한 하루가 쌓여 나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혹시라도 허망한 것을 좇느라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았는지? 돌아보면 늘 아쉬운 것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까닭이리라. 내년 2024년을 마무리할 때, 다시 반복적으로 후회하지는 않아야겠다. 며칠 남지 않은, 나의 하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나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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