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지난 주간에 일본을 다녀왔다.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가 소속된 일본 교단 대표 목사 추모 기념예배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천국 가신지 3주년을 기해 코로나 시국에 하지 못한 추모행사였다. 우리 교회는 2006년에 일본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교회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교사를 일본으로 보낸 것이다. 벌써 20년이 다 돼 간다.

당시 100주년 기념선교사라는 의미로 인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일본으로의 파송을 결정했다. 한국교회사에 매우 선명하게 남은 교회의 수난사에서 산정현교회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제로부터 고난을 겪던 중 모진 고문 끝에 순교하신 주기철 목사, 예배당 폐쇄라는 압박을 받은 산정현예배당. 이런 역사를 더듬으며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인 선교를 이왕이면 원수 같은 나라로 파송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랑이 담긴 파송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게 했다. 극한의 미움을 ‘러브 재팬’(Love Japan)으로 바꿨다. 원수까지도 품는 그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 것이었다. 교회는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일본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대한민국과 일본 청소년들이 양국을 오가며 연합수련회를 하는 동안 그들은 금방 친밀해졌다. 천국 가신 일본 교단의 대표 목사님도 우리 교회를 방문해 정중하게 사과했고 교회는 박수로 영접했다. 일본 교회 연합 집회를 두 번이나 인도할 때 그들은 기쁨으로 말씀을 받고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그렇다. 멀어지려면 끝없이 멀어진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이, 원수 같은 대상도 품게 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가깝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참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이런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또 다른 일본, 또 다른 미움의 대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도 뛰어넘는 사랑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드러낸다면, 누구라도 다시 품을 수 있고 용서가 가능할 것이다. 넘을 수도 풀 수도 없다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방법은 역시 사랑이라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확인한다.

불편한 관계로 뒤숭숭한 내 속의 혼란을 다스리시는 그분을 다시 느낀다. 그래서 일본은 수용하면서도, 곁에 있는 마땅히 사랑해야 할 대상을 밀어내려는 이기적인 나의 유전자는 치유 받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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