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K-신학, 건강한 교회 마중물 기대"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가 9월 10일 ‘신학총서 발간 계획’을 발표했다. 총 3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25년 1차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한국 신학계 최초로 진행되는 작업이라는 것과 더불어 교회가 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지원해 세운 신학자들이 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인물을 키워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라는 비전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교회는 이번 총서를 저술할 연구자로 15명을 선발했는데, 총신대 및 총신신대원 교수들이 1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정창욱 교수(1기), 문병호 교수(2기), 신현우 교수(1기), 김요섭 교수(2기), 박현신 교수(5기) 등 과거 분당장학생에서 이제는 한국 신학을 집대성할 연구자로 다시 모인 이들을 최종천 목사와 함께 만나 계획과 바람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분당중앙교회가 전개하는 사역을 보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많다. 신학총서 역시 20여 년 전 장학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준비한 것인가?

최종천 목사=우리 교회가 가진 가장 큰 논리는 ‘끝까지’다.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보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한 세대를 30년이라 하지 않나. 그래서 일단 뭐든지 시작하면 결실을 보기까지 30년을 생각한다. 연구도 일단 집적해야 하는 만큼, 신학총서 작업 역시 우발적인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한 일정에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장학사역을 시작한 지 이제 20년이 넘었으니까 이것도 하나의 작품으로 이뤄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먼 미래를 바라보며 시작한 것이다. 희망적으로는 10기에 걸쳐 200권 정도의 책을 낼 계획을 하고 있다. 시작은 총신 교수들 위주로 시작했지만 100여 명의 장학생들과 궤를 같이하는 개혁신학자들을 총망라해서 진행하다 보면, 한 25년 정도 되면 하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분당중앙교회 비전인 ‘인류애실천’이 신학총서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나?

최종천 목사=신학이라는 가장 지고하고 깊은 학문을 통해서 우리는 교회를 세웠고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러면 그 교회가 논리를 가지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나라를 이뤄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신학은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다. 이 신학 작업을 통해서도 결국은 우리들의 삶에, 교회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무리가 되면 힘이 생기는데, 뜻을 같이하는 훌륭한 신학자들이 모인 만큼 사회를 설득하며 힘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학총서 발간이 갖는 의의는?

정창욱 교수=훌륭한 인재들이 해외에 가서 양질의 교육을 받아서 온 뒤 시간이 흐르며 지식이 축적됐다. 이제 그다음 단계인 창의로 나가야 할 때다. 교수들 개별적으로 나름대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지만, 각자도생으로는 응집된 무언가가 나타날 수 없다.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이 필요했는데 신학총서가 그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쌓여온 모든 신학적인 정보와 내용, 방법이 집약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가 쌓이고, 그 땅속에서 숨은 보석을 찾아서 발현하는 것이 바로 창의의 단계다. 이를 통해 세계 신학계에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학이 발전해서 서구 교회가 망했다는 오해가 있는데, 올바른 신학은 교회를 굳건하게 세우는 도구가 된다. 교회가 무너진 서구 신학에도 경종을 울릴 뿐 아니라 동남아와 아프리카와 같이 복음이 빠르게 확산하는 곳에도 건전한 신학이 필요하다. 성경과 개혁주의에 근거한 올바른 신학을 추구한다면 교회도 건강하게 되고, 교회가 건강할 때 사회에도 나가서 여러 가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신학총서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문병호 교수=우리가 가르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로서 종교 개혁을 일으켰는데 오늘날 현실을 보면, 그 역할을 가톨릭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기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결정된다고 본다. 신학이 나오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다시 교회와 신학이 같이 가야 한다. 이제는 한국 신학계가 베푸는 신학으로 교회와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다. 한국 신학자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동시대 세계 신학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처음 15개의 구슬을 시작으로, 나중에 최소 150개의 구슬을 꿰어 펼쳤을 때, 그것을 통해 참 교회적인 것, 잃었던 개신교의 맛을 드러낼 수 있기를 꿈꾼다.

-개혁주의 신학계에 미칠 영향은?

김요섭 교수=이번에 최초 총서 작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대부분 20년가량 교제를 해왔지만, 정작 다 같이 모여서 개혁신학이 어떤 것인지 논해본 적은 없다. 물론 우리 신학의 결과물은 졸업한 학생들이 교회에서 어떻게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인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이 어떤 신학적 기초에서 나왔는지 정리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년 전쯤 분당장학생들이 모여 한국 신학은 무엇인지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자리했던 세계적 선교역사학자 고 앤드루 월스 박사가 “너희들이 다 연구하고 나서 20년 이상 지난 뒤 그 결과물이 한국 신학이 될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최초 신학총서는 어느 방향을 정해두지 않고 참여하는 교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주제로 쓰기로 했다. 책이 나오게 되면 그것이 한국개혁신학의 현주소가 되는 것이다. 21세기 초에 보수적 개혁신학이 어떤 질문을 품고, 또 어떻게 답했는지를 총정리할 수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후대에 또 세계 교회사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고 믿는다.

-세계 신학계에 공헌할 방안은?

신현우 교수=한국 신학은 이미 세계 신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해외 유명 신학자들의 저작물을 보면 여기 있는 교수들을 비롯해 한국 신학자들의 논문 및 책을 인용하는 예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브랜드가 없다 보니 지금까지는 각개전투를 통해 세계 유수의 총서에 게재 및 투고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런 면에서 총서를 내는 것은 한국의 브랜드로 세계 신학계에 이바지하는 시작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축구선수들이 월드컵에 국가대표로서 뛰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국교회가 지금껏 선교사들을 많이 보내 세계 선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처럼, 총서를 통해 세계 신학계에도 공헌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미래에 어떻게 남겨지기를 바라나?

박현신 교수=교회는 지금까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우리가 먼저 대응하고 준비하고 오히려 사회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교회에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가 고민하는 문제를 개혁신학의 입장에서 조명하는 활동들이 이어지다 보면, 한국교회의 현실을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에도 답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구 학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이제 이곳은 교회가 약해지고 신학교가 약해져 한국이 아니면 선교도 힘들고 신학도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이 일은 이미 시작됐다. 총신대를 비롯해 한국에서 개혁신학을 공부한 해외 학생들이 졸업 후 모국으로 돌아가 목회하고 선교하고 신학교 사역을 하고 있다. 지금은 서구에서 만든 교재로 가르치지만, 향후 신학총서가 나와 번역된다면 전 세계에서 우리 교재로 가르치는 열매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의 한 마디?

대담자 일동=신학총서는 그동안 고대해온 신학자들에게는 물론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분당중앙교회에서 일을 시작하는 목적과 취지가 저변으로 확산해서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바르게 서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더 나아가 신학 분야만이 아니라 교회가 각 분야의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울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리=정원희 기자 whjung@kidok.com
사진=손재하 지원 hahaha@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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