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물결 세종대로, 무지갯빛 을지로
청소년에 무방비 노출된 '퀴어축제'
"우리가 행동해야 다음세대 지킨다"

7월 1일 서울의 도심은 초록색 서울광장을 사이에 두고 세종대로에는 흰물결이 넘실거렸고, 을지로는 알록달록 무지갯빛으로 가득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7월의 첫날, 이미 아침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도심의 아스팔트 도로 위로 하나둘씩 자리를 펴고 앉았다.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에 대응해 매년 반대국민대회로 모였던 시민들은 올해도 ‘성혁명의 파도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거룩한 방파제’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띠고 무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거리로 나섰다.

올해부터는 퀴어축제만이 아니라 포괄적차별금지법,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성혁명 교과과정 반대, 학생인권조례 등에도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자리로 확대돼 이름도 ‘2023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대회장:오정호 목사)로 바꿨다.

대회 준비위원회는 앞서 참가자들에게 흰옷을 입고 나와줄 것을 부탁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들부터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유아차를 끌고 나온 부모들까지 남녀노소 흰옷을 입은 무리는 끝을 모르고 불어났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시작된 인파는 어느새 광화문에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까지 가득 찼다. 이날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5만명에 달했다.

한국교회 성도가 주를 이뤘지만 ‘국민대회’라는 명칭답게 종교와 상관없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동성결혼 NO!” “차별금지법 결사 반대”를 외쳤다.

매년 반복되는 대회였지만 올해는 특별히 다음세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확대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무대를 꾸민 것뿐만 아니라 깃발을 높이 들고 때로는 행사를 즐기며 때로는 두 손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는 등 청년들의 모습이 돋보였다.

두 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예진 양(내동교회)은 “하나님의 질서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며 “미디어를 통해 동성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마치 트렌드인 것처럼 미화되는 부분에 대해서 다음 세대인 청년들이 하나님 앞에 바로 깨어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이 지키고 행동할 때 대한민국의 다음세대가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인파 곳곳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나온 참가자들도 보였다.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 돗자리를 펴고 앉은 김충원 성도(길튼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성경적 세계관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도 지금은 영적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어려서부터 기도하며 자리를 지켜나가는 믿음의 습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분별해야 할 것을 가르치려고 평소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교단 내에서 꾸준히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내온 CE맨들도 어김없이 자리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대구 퀴어축제에서 반대운동을 이끈 기독청장년면려회(CE) 대구경북협의회의 직전 회장 전상욱 집사가 지역 대표로 연단에 올라 지지 발언을 한 것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 등에서 이른 아침부터 올라온 CE맨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힘을 보탰다. 72회기 전국CE 회장을 지낸 윤경화 집사는 “다음세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우리가 바로 서야 다음 세대가 제대로 선다는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전국 곳곳에서 퀴어축제가 열릴 때마다 가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 대구 지역에서도 동참해 준 이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 수는 적지만 연합을 해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선한 일을 이룰 수 있다면 앞으로도 힘이 닿는 만큼 임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동문회 회원들도 이날 부스를 차리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커피와 떡을 나누며 동성애의 폐해를 알리는 홍보 책자를 함께 전달하는 등 봉사에 힘썼다.

같은 시각 도보 10분 거리의 을지로2가 일대에서는 제24회 퀴어축제가 열렸다. 앞서 서울시로부터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받지 못하면서 장소를 옮겼으나 이날 이곳에도 5만명(주최 측 추산)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는 서울광장 사용 불허결정문을 찢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진행자들은 “퀴어 대명절, 우리가 왜 여기에서 축제를 해야 하는지 화가 나는 마음이 든다”면서도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다면,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통해 불허한다”고 외쳤다. 이어 “광장에서 퀴어들을 몰아내려는 혐오세력의 방해는, 오히려 광장뿐 아닌 모든 곳에서 퀴어들이 소리를 높이고 눈에 띄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금 공공의 영역을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퀴어한 공간으로 다시 여는 역사 속에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전부터 차려진 60개에 가까운 부스에는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내걸렸다. 일부 교회 및 기독단체들도 부스를 마련해 시민들을 맞았고, 개신교 기반 미션스쿨인 연세대와 숭실대, 이화여대의 성소수자 동아리는 함께 부스를 꾸렸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각국 대사관도 부스를 차렸으나 지난해처럼 대사들이 직접 방문하지는 않고 영상을 통해서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무지개색 소품을 비롯해 각양각색으로 꾸민 참가자들은 무대 공연과 부스 체험 등 축제를 즐겼다. 앞선 행사에서 신체 과다 노출 등으로 제재를 받았던 만큼 과거보다는 선정성은 덜했지만, 여전히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참가한 이들도 보였다. 행사장 내에는 남녀 구분 없는 ‘성중립화장실’이 설치됐다.

문제는 이 모든 현장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데 있다. 오히려 축제에 그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모습이었다.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은 연합으로 부스를 차린 것을 비롯해 학교 밖 성소수자를 위한 교실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한 동성애자업소는 청소년들도 출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을 만나보고 싶었다”며 궁금증이 참석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장이 명동 거리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은 오히려 높아진 듯했다. 주말을 맞아 시내에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반응은 “교통질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질서도 어지럽히는 축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보고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문화를 접하게 되어 즐겁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어 우려를 자아냈다.

한편 퀴어축제를 열흘여 앞두고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퀴어 축제 개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퀴어퍼레이드의 개최 지역에 대해서는 42%가 ‘도심이 아닌, 도시 외곽 지역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답해 ‘도심에서 개최해도 문제없다’는 의견(29%)을 앞섰다. 또한 퀴어 축제에 미성년자의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62%에 달했다.

“계속될 도전, 끝까지 맞서 싸우자”

 대회장 오정호 목사 

‘거룩한 방파제’ 대회장을 맡은 예장합동 부총회장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사진)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을 보며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면서도 “행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일상의 자리에서 거룩한 방파제로 살아갈 때, 비로소 교회와 사회를 위협하는 성혁명을 막아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새벽예배를 마치자마자 교인 400여 명과 함께 버스 11대에 나눠 타고 상경한 오 목사는 “함께 온 교인 중 절반이 청년들”이라며 “우리의 미래세대가 진리의 세대로, 영적인 다음세대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주어진 책무를 잘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히 목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면서 이 일에 지금까지 합동교단이 앞장섰던 것처럼, 주님 오실 때까지 계속될 도전에 맞서 앞으로도 가정과 교회와 대한민국을 지키는 사명을 힘 있게 감당하기를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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