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통 아이들 구하는 것 당연"
과도한 경쟁 해소 근본 대책 필요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가운데)가 국회 앞에서 열린 수능 '킬러 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가운데)가 국회 앞에서 열린 수능 '킬러 문항' 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지시 이후 초고난도 문제인 이른바 ‘킬러 문항’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일고 있다. 기독교계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을 1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수험생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입시 위주의 잘못된 교육 현실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킬러 문항’ 배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 지적을 제대로 한 것이다. 맞장구를 치는 게 필요하다”며 일단 정부의 결단에 환영했다. 그 역시 시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왕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킬러 문항’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데 일조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만큼, 정치적 논쟁이나 이념적 논란과 같은 소모전으로 갈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

박 소장은 이 문제가 사교육 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교회 역시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요청했다. 그는 “사실 사교육이 교회교육을 황폐화시켜 왔다. 청소년들이 주일에도 학원에 가느라 교회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비단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교육 고통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해방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의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기독교 교육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이어 “기독교적 관점에서 학교 교육이 하나님의 공의와 다양한 은사를 개발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 교육 고통 종식을 선언하면서 이 땅의 왜곡된 교육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제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 시민단체 및 학부모 단체 등과 함께 6월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배운 데서 평가하는 것이 국민 상식,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는 “상대평가 시스템으로 창의성을 한 번 죽이는 데서 부족해 변별력을 핑계로 한 ‘킬러 문항’으로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좌절과 절망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입시 정책 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 수험생을 생각할 때 추진 시기와 방법에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 사회 경쟁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뒤따라야 함을 역설했다.

앞서 좋은교사운동은 정부 발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고교 서열체제가 견고해지고, 촘촘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체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번에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공동대표는 ”하나님께서 아이들을 세우시고 학교 교육 제도 통해서 구현하고 싶으신 것은 아이마다 소명을 찾아 직업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이라며 ”공교육 12년 과정에서 하나님 주신 소명과 진로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사람을 한 줄로 세우는 견고한 상대평가 체제는 성경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과도한 경쟁과 상대평가 문제는 이 땅의 많은 학생들을 하나님께서 창조 선물로 주신 배움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과도한 상대평가, 과도한 사교육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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