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3급 박윤서 목사, 교목 활동... 자폐성장애 인정 효시
최근 드라마 인기로 장애인식 환기, 교회의 적극적 태도 필요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자폐 등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교회 안의 우영우와도 함께 발맞춰 걷는 자세가 요구된다.(사진 출처:ENA)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자폐 등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교회 안의 우영우와도 함께 발맞춰 걷는 자세가 요구된다.(사진 출처:ENA)

“우 to the 영 to the 우~ 동 to the 그 to the 라미~ 하!” 최근 세간에 큰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천재 변호사가 주변의 도움과 뛰어난 암기력을 바탕으로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자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오해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주인공처럼 암기 등 특정 분야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은 전체 자폐 스펙트럼 환자의 1% 미만에게만 나타나는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임을 일깨웠다는 점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했다. ‘목회자 중에는 우영우와 같은 자폐인은 없을까.’ 놀라운 것은 공교롭게도 국내 제1호 자폐인이 목사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 3급인 박윤서 목사를 시작으로 자폐성 장애 개념이 자리잡게 됐다. 성공회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군소신학을 통해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현재 발달장애인 전문교육기관인 참빛문화예술학교 교목으로 근무 중이다. 물론 박 목사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어머니 이숙형 집사(우리들교회)의 기도와 헌신이 있었다. 어떠한 소명이 있었기에 자폐인 아들을 신학대에 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던진 질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교부터는 제가 직접 아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적어도 신학생을 꿈꾸며 온 친구들은 아들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괴롭히거나 따돌리지는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였습니다.”

(사진 출처:ENA)

목사가 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성도의 입장에서 볼 때 공감과 상담, 메시지 전달이 어려운 자폐인 목회자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어느 누군가한테는 장애인 목회자의 존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도 교수들의 의논 끝에 안수를 받게 됐다.

물론 박 목사에게 주어진 역할이 크지는 않다. 학교에서는 자폐인 학생들의 채플을 인도하고 또 교회에서는 협동목사로서 찬양 사역을 맡는다. 가르치고 전달하기보다 함께 예배하고 세워져 가는 모습에 자폐인 학생들의 부모들도 큰 용기와 위로, 도전을 얻는다. 이 집사는 “완전히 고치셔서 목회자로 쓰시면 좋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들의 그 모습 그대로 쓰시길 원하셨다”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망으로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아들을 통해 길을 내어가고 계신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박 목사와 같은 자폐인 목회자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교회 안에는 수많은 자폐인들이 존재한다. 규모가 있는 교회들의 경우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 아동과 성인들이 모여 예배하는 사랑부서를 운영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일대일의 돌봄이 요구되는 만큼 인력은 물론, 장소와 예산도 필요해 작은 규모의 교회에서는 전담부서를 두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통합교육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교회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하는 통합예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변화와 준비가 수반되지 않은 통합예배는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비장애인 성도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다. 통합예배가 아닌 주일학교 통합교육을 위해서도 비장애인 교사들이 장애학생들을 향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될 것을 조언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 토리학교의 대표인 박성균 목사(고양밀알선교단장)는 “장애 인식 개선의 유일한 방법은 만남”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장애인을 교회에 오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가 필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좋은 모델 그리고 통합할 수 있는 공간, 그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 인식 바꿔나가는 기독NGO
 

밀알복지재단 브릿지온 아르떼에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독NGO들도 자폐인 등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홍정길 목사)은 미술·음악에 재능 있는 성인발달장애인이 전시·공연 등의 문화체험 형태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브릿지온’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미술 작가로 구성된 ‘브릿지온 아르떼’(Bridge on Arte)와 클래식 연주자들로 이뤄진 ‘브릿지온 앙상블’(Bridge on Ensemble)이 그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지원사업으로 장애인들은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고용돼 월급을 받으며, 관람객들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또 직업재활시설인 ‘굿윌스토어’와 ‘기빙플러스’ 등 매장에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해 손님 안내, 물품 진열 및 정리 등의 업무를 맡김으로써 장애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비장애인들에게는 만남의 접점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트하트재단(회장:오지철)은 매년 UN이 지정한 세계 자폐인의 날(4월 2일)마다 행사를 갖는다. 지난 2016년부터 남산케이블카를 파란빛으로 점등하고 발달장애인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블루하트 캠페인’을 펼쳤으며,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또한 2020년에는 ‘발달장애 인식개선센터’를 마련하고 장애인식 개선교육 및 세미나, 발달장애인 강사 양성,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연구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더불어 2006년에 창단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정기공연과 해외연주 등 현재까지 1000회에 가까운 활발한 활동으로 장애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에도 힘쓰고 있다. 

박성균 목사(고양밀알선교단장)

우영우 통해 본 하나님의 공동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는 두 가지의 판타지가 있습니다. 

먼저 우영우에 관한 판타지는 자폐스펙트럼과 관련돼 있습니다. 자폐의 예민함, 상동성, 고집 등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어려움을 극복한 우영우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입니다. 쉽게 말해 보조기 없이 잘 달리는 지체장애인과 같은 판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판타지는 우영우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폐인 우영우 변호사보다 주변인들의 모습은 가능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장의 눈으로 판단할 때 더 판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저렇게 배려하고 인정해주며 편견 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직장과 관계가 현실에서 가능할까.

첫 번째 판타지는 개인의 문제이기에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저럴 수 있다고 여기며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우영우의 모습으로 장애에 대한 거리감을 해결하는 유익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판타지는 공동체의 문제이며 우리 교회의 숙제로 다가옵니다.

교회는 사실 처음부터 정답을 가지고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공동체가 바로 그 정답입니다. 삼위일체의 하나님은 서로 다른 하나님이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이 삼위일체의 모습이 고스란히 하나님의 공동체에 담겨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서로를 보며 “내가 하나님을 만났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형상이지만 너무나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하다보면 이런 경험은 자주 고백됩니다. 

제게 장애인 사역을 하는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농담처럼 대답합니다. “삶이 지옥인데 죽어서도 지옥에 가면 안 되잖아요.” 죽음 이후의 지옥은 판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 삶의 지옥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고독과 벗어날 수 없는 차별’일 것입니다. 너무 억울하고 외로운데 진통제로 해결되지 않는 육체적 고통까지 더해진다면 ‘삶’은 누군가에게 분명한 지옥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들을 통해 그리고 이들과 함께 저는 하나님을 만납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며 하나님 나라를 소개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재미난 이유는 특별한 우영우와 선한 주변의 사람들 때문입니다. 신파극이 될 만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더불어 살아내는 재미난 공동체의 이야기입니다. 교회가 아닌 로펌에서 일어난 일이라 아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이야기는 하나님의 공동체의 흔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소망해 봅니다.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롬 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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