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신 등 9개 기독교대학 30일 공동 건의문 발표
이재서 총장 “기독대학 합력해 정체성·특수성 알려야”

“기독교 정체성 구현에 불리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개선을 요구한다.”

총신대와 대신대 등 일반재정지원을 놓친 기독교대학들이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3주기 진단)의 불합리한 평가 구조 및 지표를 지적하며, 교육부를 향한 개선 요구사항이 담긴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총신대 대신대 KC대 부산장신대 평택대 한세대 한일장신대 협성대 등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8개 기독교대학과 3주기 진단에 미참여한 서울장신대가 8월 30일 총신대 사당캠퍼스에 모여 3주기 진단 결과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앞서 대신대 최대해 총장의 사회로 드린 예배에서 ‘짐을 서로지라’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한 총신대 이재서 총장은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이 저평가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재서 총장은 “기독교가 우리 사회 안에서 엄청난 공헌을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기독교 지도자를 키워내는 기독교대학의 교과과정이나 노력에 대해 전혀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3주기 진단 평가 지표만 봐도 기독교대학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 저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기독교대학이 협력하여 기독교대학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칠 때”라고 제안했다.

이어 열린 회의에서 기독교대학 관계자들은 3주기 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육부를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KC대 이길형 총장은 3주기 진단이 애초에 소규모 기독교대학에게 불리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이길형 총장은 “평가 때마다 교육부에 수차례 얘기했지만 소규모 기독교대학은 입학정원이 5~10배가 되는 큰 대학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를 받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싱경기로 보면) 밴텀급과 헤비급이 경기하는 것과 같다”며, “이번 3주기 진단을 통해 소규모 기독교대학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게 증명됐다. 교육부는 평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협성대 미래위원장 성정현 교수는 “(대학들이) 1주일 남짓 평가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여지를 줬다. 대학 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6주에 걸쳐 실시하는 대학기관평가인증으로 충분하다”라며, “외부 위원들이 선정과 미선정을 가리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중단하기 바란다. 재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식의 평가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에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대상의 보완 평가 실시를 제안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대신대 최대해 총장은 “보완 평가가 필요할 수 있으나 25개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과 보조를 맞추고 명분도 갖춰야 한다. 오히려 25개 대학과 보조를 맞추면서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을 인정해달고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신대와 대신대 등 9개 대학 관계자들은 1시간 30분을 넘는 회의를 진행한 끝에 의견을 모아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9개 기독교대학은 ‘공동 건의문’을 통해 △부실대학 낙인찍기를 묵인하는 교육부 정책추진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최종발표 전, 미선정 소규모 기독대학에 대한 예산균등배분 혹은 추가 예산지원을 요구한다 △소규모 및 기독교 정체성 구현에 불리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9개 대학은 ‘공동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하는 한편, 청와대 및 정부부처에 대학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을 알리고 기독교대학 정체성과 특수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공동 건의문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참여 기독대학 대책협의회(가칭)) 9개 대학은 가결과 발표에서 재정지원대학에 미선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다음 사항을 건의합니다.

1. 부실대학 낙인찍기를 묵인하는 교육부 정책추진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평가결과가 확정되기 전, 가결과를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부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 쓰며, 미선정대학을 부실대학으로 기정사실화 하였습니다. 수 많은 언론이 부실대학. 살생부라는 표현으로 기사를 생산할 때 교육부는 반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 책임을 일부 대학에 떠넘기는 불합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교육부를 믿고 평가에 참여한 미선정 대학은 언론을 통해 부실대학으로 전락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추진방식을 개선해 주십시오.

2. 대학기본역량진단결과 최종발표전, 미선정 소규모기독대학에 대한 예산균등배분 혹은 추가예산지원을 요구한다.

정부는 일방적 낙인찍기 평가가 아닌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평가와 지원을 통해 화합의 국가교육 대계를 세워가야 합니다. 교육부 뿐 아니라, 기재부 등 범 정부차원에서 기독교 대학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의 문제점 수정. 지원방안을 전면 재검토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교협 회장단의 건의와 같이 금번 대학기본역량진단결과 최종발표전 미선정 대학, 특히 소규모 기독교대학에 대한 예산배분 혹은 추가예산지원안을 함께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소규모 및 기독교 정체성 구현에 불리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

교육부는 종교사학 인정 범위를 신학과로만 국한하고, 나머지 학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므로, 기독교대학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종교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기독교는 사회통합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김을 위한 인재양성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기독교 대학은 대부분 이공계가 아닌 인문.사회계열 위주 학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교회를 섬기는 신학, 교육, 교회음악 사회복지 계열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독교 대학이 불합리한 평가정책으로 고사되어서는 안됩니다. 초창기 선교사들의 기독교 학교설립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체계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기독교의 역사적, 사회적 공헌을 존중해 주십시오.

2021년 8월 30일

KC대학교 이길형 총장

대신대학교 최대해 총장

부산장신대학교 허원구 총장

서울장신대학교 안주훈 총장

총신대학교 이재서 총장

평택대학교 김문기 총장

한세대학교 김정일 총장직무대행

한일장신대학교 채은하 총장

협성대학교 박명래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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