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교회자립위ㆍ통합ㆍ교계, 이중직 인식과 실태조사
"필요성 인정, 총회ㆍ노회 적극적 지원 요청 목소리 커"

달라진 ‘이중직’ 인식, 교단·노회차원 지원 바란다

지앤컴리서치가 예장합동 총회교회자립위원회, 예장통합 총회, 횃불회,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의 의뢰를 받아 전국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인식과 실태조사’ 결과가 8월 24일 광주동명교회, 8월 25일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각각 발표됐다.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의 출석교인 50명 이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실시된 1단계 조사에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소속 목회자 총 400명이 참여했다. 또한 50명 이하 교회의 이중직 목회자들만을 대상으로 총 220명에 대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2단계 조사가 7월 1일까지 이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소속 교단 총회나 노회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는 부분이다.

[표] 목회자가 이중직 갖는 것에 대한 찬반의견
[표] 목회자가 이중직 갖는 것에 대한 찬반의견
[표] 목회자 이중직 경험 여부
[표] 목회자 이중직 경험 여부
[표] 이중직 찬성이유
[표] 이중직 찬성이유
[표] 이중직 반대이유
[표] 이중직 반대이유
[표] 수행한 적이 있는 이중직 업종
[표] 수행한 적이 있는 이중직 업종

작은 교회 목회자 절반 이중직 경험

이번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10.4)보다 ‘새로운 목회유형으로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찬성의견(40.1%)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절반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조건부찬성의견(49.4%)이 차지했다.

1단계 조사 대상자 중 현재 이중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과거에 이중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6%였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 중 절반 가까이가 실제로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2단계 조사에 따르면 이중직 목회자들 중 단순 노무직, 즉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지에서 노동하는 경우가 22.3%로 가장 많았고, 자영업(15.9%) 택배·물류업(15%) 대리운전·택시(9.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직이나 사무직 종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비정규직(69.5%)인 경우가 정규직(30,5%)보다 배 이상 높으며, 평균 노동시간과 평균 임금은 주 27.1시간과 월 132만원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이중직 목회자들이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 환경에서 낮은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이중직 수행으로 인해 육체적 피로를 느끼고(24.1%), 설교 준비시간이 부족해지며(16.4%), 목회자로서의 소명감이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15.9%)고 목회자들은 토로했다. 교회 재정 상황이 넉넉해지면 이중직을 그만 두겠다는 응답(55.5%)도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39.5%)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중직 목회자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이상복 목사가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인식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중직 목회자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이상복 목사가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인식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중직 수입이 교회 사례비 앞질러

그럼에도 이중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 짐작하는 것처럼 생활고 때문으로 드러났다. 1단계 조사에서 이중직을 찬성하는 이유를 묻자 ‘어려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45.2%)라는 응답이 단연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2단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중직 수행을 하는 목회자들의 이중직 수입은 평균 132만원으로, 교회에서 지급되는 사례비 평균(78만원)을 크게 앞질렀다. 사례비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거의 절반(47.7%)에 달했다. 이중직을 중단할 만큼 교회 재정이 좋아지리라고 예상하는 시기가 언제쯤이냐는 질문에도 58.2%가 ‘모른다’고 대답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미래 경제상황을 불투명하게 전망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목회자들 대다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각오를 보였다. 목회계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중직 목회자 중 90.9%가 ‘목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목회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2.7%(매우 만족 23.2%, 약간 만족 29.5%)로 ‘불만족’이라는 응답(18.2%)을 3배 정도 앞섰다.

[표] 이중직 수행에 대한 본인 태도
[표] 이중직 수행에 대한 본인 태도

더 이상 부끄러워할 이유 없다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은 목회자들이 이중직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 말고 다른 원인도 있다는 점이다.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할 수 있어서’(23.2%) ‘믿지 않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선교적 교회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12.4%) ‘재능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서’(8.8%)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할 수 있어서’(6.3%) ‘평신도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서’(3.9%) 등의 기타 응답들의 비율을 합치면 오히려 경제문제 해결 때문이라는 응답 비율을 넘어선다.

현재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 중에서 자신의 이중직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56.8%로 나타나고, 아직 경험이 없는 목회자들 중에서도 이중직 수행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이 45.2%에 이르는 것은 실제로 이중직이 목회자들의 다양한 갈증을 해소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목회자의 이중직 수행을 성도들 대부분이 안다는 응답이 75.9%에 이르고, 반면에 이에 대한 성도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에 불과한 것을 보면 더 이상 목회자들이 이중직 수행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드는 세태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이중직을 하면서 일터에서 목회하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응답이 89.1%로 나타날 정도로 이중직 수행을 통해 오히려 자긍심을 갖는 태도들도 엿보였다.

[표] 총회·노회의 이중직 목회자 지원 필요성
[표] 총회·노회의 이중직 목회자 지원 필요성
[표] 총회·노회에 바라는 이중직 목회자 지원 정책
[표] 총회·노회에 바라는 이중직 목회자 지원 정책

금지에서 지원으로 선회 요구

더 나아가 목회자들은 한국교회가 이중직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뚜렷이 나타냈다. 한국교회 이중직 인정 필요성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86.4%로 나온 것이다. 이중직에 대해 성경적 근거가 있다고 보는 응답은 87.3%로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이미 이중직을 경험한 목회자들 중에서는 ‘앞으로 이중직 목회자가 점점 많아질 것 같다’는데 97.7%가 동의했고, ‘생계를 위한 이중직이 아닌 전문직을 가지면서 목회를 하는 전문직 목회자가 한국교회가 많아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85%가 긍정했다.

차제에 ‘이중직’이라는 용어대신 ‘자비량 목회자’라든지 ‘자립형 목회자’ ‘일하는 목회자’라는 더 긍정적 의미가 담긴 용어로 대체하자는 의견들도 개진됐다.

따라서 자신들이 소속된 교단 총회 및 노회에서 이중직을 금지 혹은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해당 목회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노회 차원의 이중직 목회자 지원에 대해 열에 아홉 가량(89.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직업을 가진 목회자 양성을 위한 야간 신학대학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64.1%가 찬성했다.

총회·노회에 대해 바라는 지원정책을 묻자 ‘목사에게 적합한 이중직종 개발’(50.5%) ‘이중직에 대한 총회법의 완전 허용’(48.2%) ‘이중직에 대한 정보제공’(38.6%) 등의 항목에 높은 비율의 응답이 나왔다.

특히 이중직 직종이나 직업을 결정할 때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중직을 찾기 어려웠다’(54.5%)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면서, 이 부분에 총회·노회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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