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수면 아래 깊고 넓은 빙하, 지금도 자란다
세계 세번째 규모의 빙하지대…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순백의 아름다움 자랑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요한계시록 21장 5절)

파타고니아의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빙하로 알려져 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중심으로 48개의 빙하들이 이어진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남극 가까이에 있어서 바람이 많고 추운 데다가, 주변에는 토레스텔파이네(2850m) 피츠로이(3405m) 그리고 토레(Cerro Torre, 3102m) 등의 높은 안데스산맥 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년 강수량도 5000mm가 넘을 만큼 빙하 형성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빙하국립공원(Los Glaciares National Park)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 페리토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는 19세기 최초로 파타고니아를 탐험한 아르헨티나의 탐험가 프란시스코 모레노(Francisco P. Moreno)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빙하국립공원 내 여러 빙하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만큼 전망이 좋고, 인기가 높아 입장료도 비싸다. 198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페리토모레노 빙하는 엘칼라파테에서 서쪽으로 78km 떨어진 지점에 우뚝 솟은 모레노산(Cerro Moreno, 1640m) 아래 위치한다. 뒤편에는 거대한 피에트로벨리산(Cerro Pietrobelli, 2950m)을, 오른쪽으로는 도스피코스산(Cerro Dos Picos, 2053m)을 거느리고 있다. 모레노 빙하 앞에는 빙하들이 녹으면서 만들어진 아르헨티노 호수가 운치를 더한다. 모레노 빙하는 넓이가 5km, 길이는 30km에 이른다. 물 위에 드러난 빙벽의 평균 높이는 74m이고, 물속 얼음의 깊이까지 합하면 무려 170m나 되는 거대한 규모이다.
 

▲ 순백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페리토모레노 빙하의 빙벽.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모레노 빙하 중심부는 하루에 2m씩, 가장자리는 40cm씩 아래로 이동을 하며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 빙하의 끝부분이 계속해서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빙하가 줄어들지 않고 같은 위치에서 그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이것이다.

아르헨티노 호수는 페리토모레노 빙하 말고도 웁살라 빙하와 스페가찌니 빙하까지 서쪽에서 감싸 안고서, 엘칼라파테 공항 끝에서도 한참을 더 동쪽으로 이어지는 아르헨티나 최대 규모의 호수이다.

웁살라 빙하의 길이는 50km, 넓이는 10km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수면 위에 드러난 높이만도 100m가 넘어, 빙하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거대한 빙하로 손꼽힌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기가 위험해서, 빙하가 희미하게 보이는 먼 지점에서 배를 돌려 스페가찌니 빙하로 향했다. 스페가찌니 빙하의 길이는 25km, 넓이는 1.5km, 그리고 높이는 수면 위 80~135m가 된다고 한다. 넓이는 다른 빙하들에 비해서 짧은 편이지만, 높이는 모레노 빙하보다 오히려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스페가찌니 빙하의 풍경은 이날 크루즈 관광의 백미였다.

엘칼라파테에서 출발한 버스가 비에드마 호수를 지나 엘찰텐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들어서자, 아침 햇살을 받은 피츠로이산과 토레산이 멀리서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츠로이산은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반도 되지 않지만, 깎아지른 듯 험한 바위산이어서 전문적인 암벽등반가가 아니고는 등반하기 어렵다. 모레노 빙하를 탐험했던 모레노(Francisco Moreno)가 1877년 3월 2일에 처음으로 이 산을 등반했고, 자신이 존경하던 탐험가 로버트 피츠로이(Robert FitzRoy)의 아름을 따 피츠로이산이라고 명명했다.

필자가 엘찰텐에 찾아간 날은 날씨가 좋아서 일 년에 60일밖에 볼 수 없다는 피츠로이산의 경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카프리 호숫가 전망대까지 5km를 아이젠도 없이 트레킹화만 신은 채로 올라가서, 구름이 연기처럼 바위산 위로 지나가는 비경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 카프리호숫가에서 바라본 피츠로이산의 위용.


  엘칼라파테 빙하국립공원 여행자 팁

엘칼라파테는 빙하국립공원을 관광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건설된 도시로, 인구 2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공항까지 건설되어 있어 접근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필자는 칠레의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버스로 안데스 산맥을 넘어서 엘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엘칼라파테에서 피츠로이산이 있는 엘찰텐까지 거리는 214km로, 버스로 3시간 30분이 걸린다.
남미의 민박 사이트에서 린다비스타아파트 호텔을 찾아 필요한 여러 정보를 얻었다. 이 호텔은 아파트처럼 침실과 화장실과 부엌이 따로 있고, 다락방도 있어서 5~7명의 일행이 함께 묵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필자가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들에다, 가까운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해 요리할 수 있어서 식사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마트에서 아르헨티나 산 소고기 안심과 등심(1kg에 1만원)을 로스구이용으로 얇게 썰어서 사고, 여러 야채와 과일, 옥수수, 생수, 감자 등도 구입했다. 소고기와 감자를 넣어 소고기된장국을 끓이고, 안심 로스구이와 찰진 쌀밥에다 한국에서 가져간 밑반찬까지 더하니 이곳에서 5일간 머무르는 동안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식사 때마다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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