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이웃과 경계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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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연극 <서울 루키>
  • 박용미 기자
  • 승인 2016.10.2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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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룻기 현대화, 사회공동체 역할 재조명

다문화여성, 이혼녀, 과부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그들에게 선입견을 가졌던 우리를 돌아보고, 사회 공동체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연극 <서울 루키>다.

<서울 루키>는 구약 룻기를 현대화한 작품으로 룻을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아가씨 루키로 표현했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베트남 여인 루키는 타향에서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 시어머니의 고향 효자동으로 돌아온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하나님과 루키를 원망하고 구박하지만, 루키는 포장마차를 꾸리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루키의 포장마차에 멋진 재력가 보수가 나타나며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줄거리다.

얼핏 보면 교훈적이고 차분할 것 같은 연극이지만, 룻기를 현대로 가져오면서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전개가 흥미를 끈다. 잘난 남자에 의해 구원을 받아 인생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의 모습이 부각된다.

올해로 세 번째 무대에 오르면서 시어머니의 캐릭터도 수정했다. 시련을 겪고 하나님을 떠나, ‘아들 잡아먹은 며느리’에게 잘해줄 수 없는 시어머니는 오히려 현실감을 더한다. 조연들의 맛깔 나는 감초 연기도 절로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한다.

▲ 연극 <서울 루키>의 한 장면.

<서울 루키>는 아직도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한 식구로 보듬어 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공동체가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아픔을 풀어낼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백미경 목사는 “깨어지고 상한 자들이 모인 공동체가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느냐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며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며 아픔을 흡수해나가는 과정에 하나님의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그간 청소년 폭력, 가족 해체,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극단 미목이 제작한 작품이라 그 신뢰감을 더한다. 극단 미목 오동섭 목사는 “앞으로도 도시인들에게 쉼을 주고, 소박한 행복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루키>는 12월 27일까지 대학로 스페이스 아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공연이다. 다문화가정이나 다문화가정과 함께 오는 관람객에게는 특별 할인도 제공한다.(010-659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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