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이민자 정책 변화 예의 주시 속 신중 행보
한인 기부금은 힐러리에 집중…주류 언론 트럼프 혹평


미국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첫 TV 토론 이후 클린턴 후보가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인사이더 문제에 관심을 둔 트럼프 후보도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가 양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방향, 번영 확보, 미국의 안보’를 주제로 벌인 첫 토론에서 한국안보와 관련해 트럼프는 ‘방위비 무임승차론’을 또다시 주장했고 클린턴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관계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그런가하면 주류 언론들의 지지 정당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USA투데이> 사설이 유독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인사회 역시 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후보들의 정책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선 개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선 개입 놓고 교회들 혼란

대선 개입을 놓고 교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선거운동과 개인의 소신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성직자가 강단에서 할 수 있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비롯한 공공단체들이 정치적 발언에 대해 신중해야 할 이유는 1954년 제정된 ‘존슨법’ 때문이다. 존슨법에 의하면, 종교기관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할 경우 불법 정치 활동을 이유로 해당 종교 기관의 비영리단체 면세 혜택이 박탈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남가주 기독교 법률 단체인 태평양법률협회(PJI)는 ‘교회와 정치’라는 18쪽 분량의 책자를 발간, 배포하고 “강단에서 정치적 문제를 다룰 때는 반드시 성경적 근거를 제시해 찬반 의사를 밝혀야 하며 특정 후보를 거론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LA한인교회 지도자로 인정받는 C목사는 “한인교회는 다민족 그룹의 일원으로 특히 한반도 문제와 이민자 문제 등 대선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정치적 참여의 필요성과 법이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몰라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반드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복음주의 기독교에 대해 존슨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가톨릭자문위원단을 결성했는데 모두가 종교계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한인사회와 교회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후보(오른쪽)에 대한 한인들의 지지가 높다. 사진은 9월 26일 공화당 트럼프 후보(왼쪽)와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TV토론 장면.

한인 정치기부금 클린턴에 집중

미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한인들의 정치기부금도 100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부금 대부분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몰리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한인들의 정서가 무엇인지 드러나고 있다. 9월 27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한인 정치기부금은 총 109만1637달러로 1038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부금은 지난 4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낸 기부금 통계로 힐러리 후보에게 기부한 한인은 총 709명 3083건으로 액수는 101만895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 후보에게는 총 329명 453건에 8만742달러였다.

교포사회에는 힐러리 후보가 한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의 관계를 중시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후보는 방위비 분담 등 동맹국을 홀대하고 이민정책 등 인종차별정책을 보이고 있어 교포사회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이러한 쏠림 현상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자유지만 일각에서는 선거라는 속성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USA투데이> 트럼프 혹평 사설 눈길

대통령에 대한 자질 문제로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를 혹평하며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USA투데이>가 지난달 27일자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사설을 게재해 파란을 일으켰다.

<USA투데이>는 트럼프가 변덕스럽고 편견에 사로잡혀 미국의 보편적 위상과 대다수 미국민들의 정서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는 지식과 인내, 정직성이 부족하고 사업 경험의 기복이 심해 일관된 리더십을 가늠하기 어려우며 무모한 발언으로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트럼프가 “최근 유색인종들에 대한 유화를 꾀하고 있으나 서툴고 때늦은 노력으로 인종차별적 정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USA투데이>는 이같은 입장을 “편집국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히면서 “투표는 하되 도널드 트럼프만은 피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트럼프를 반대한다고 해서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클린턴 역시 특권의식과 국가 기밀을 다루는데 부주의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34년의 역사를 가진 <USA투데이>가 역대 대통령 후보에 대해 이처럼 날선 비판을 가한 것은 사상 유래 없는 일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의 최대 일간지 <애리조나 리퍼블릭>도 지난달 28일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며 대통령의 자격도 없다”며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언론인 텍사스 주 <댈러스모닝뉴스>도 75년 만에 지지당을 민주당으로 바꿨으며, <신시내티인콰이어>도 100여 년 만에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전통적 지지 기반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