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종교의무교육 과정 관련 법안 개정 촉구

▲ 최근 유럽인권재판소가 터키 정부에 종교의무교육에 소수종교 교육도 포함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럽인권재판소가 터키 종교의무교육 과정에 소수종교인 기독교와 유대교, 무신론 등 다양한 종교교육을 포함시키라는 평결을 내렸다.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가 터키정부의 종교의무교육 정책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는 평결을 내렸다고 10월 30일 <월드워치모니터>가 보도했다.

터키는 4학년 과정, 우리나라 나이로 만 9세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공립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종교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육은 터키 인구의 70~80%를 차지하는 수니파 무슬림을 위한 종교교육으로 한정돼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11월 이스탄불의 한 공립학교에서 타종교 학생들에게 수니파 무슬림의 종교 예식에 동참할 것을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에 반발한 시아파 계열의 신비주의 이슬람 종파인 알레비(Alevi) 교인 14명이 유럽인권재판소에 터키의 종교의무교육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터키는 유럽인권조약에 서명한 국가이며, 터키의 종교 차별적인 교육은 유럽인권조약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터키 정부에 유럽인권조약과 터키 헌법에 따라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중립적으로 교육하고, 타종교에 대해서도 교육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가 자녀의 종교의무교육이 자신들의 종교신념에 위배된다고 요청할 경우 그 학생이 수업에서 면제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수업에서 면제된 학생과 학부모의 종교를 공개해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그 판결에 따라 해당 국가는 자국의 법과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

유럽재판소의 판결에 터키 교육부 장관 나비 아브치(Nabi Avci)는 10월 9일 유럽인권재판소에 사실상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의무교육에서 면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조만간 기독교 종교수업을 선택과목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알레비재단 오간 베르메크(Dogan Bermek) 부회장은 “터키정부가 종교교육에 기독교를 선택과목에 추가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 위한 연막작전에 불과하다”며 “종교의무교육에 알레비와 기독교, 유대교를 포함한 소수종교 전체의 내용을 다루거나 의무교육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헬싱키인권위원회의 종교자유전문가 마인 일디림(Mine Yildirim)은 “터키정부가 종교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종교를 종교교육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환영한다”며 “그러나 기독교를 선택과목에 포함시킨다는 터키 정부의 답변은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단순히 봉합하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으며, 터키의 현행 교육체제에서 종교 및 신념의 자유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타종교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택과목에 포함시킨다 해도 선택과목에 참가하게 되면 학교 내에서 종교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르웨이헬싱키인권위원회는 10월 10일 아흐메트 아부토글루 터키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터키의 종교의무지침서를 전면 개정하고 개정한 지침서에 국제인권조약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것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러한 국제적 압박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만일 현행 종교의무교육 지침이 개정된다면 타종교에 대한 폭력사태와 극단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며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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