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 푸는 아이들, 하나님 섭리 깊이 배운다

안산 지역서 시작한 청소년 무료강의 큰 호응, 소년원으로까지 확장
재능기부로 소명 깨달아… ‘수학적 언어로 말씀 전파’ 꿈 키워간다

그는 수학적 언어로 말씀을 전하겠다는 야무진 꿈이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수학을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발견하도록 ‘목자’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는 ‘수학 전도사’임은 틀림이 없다.

우기도 아닌데 게릴라성 폭우가 한바탕 지나갔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를 수 차례 반복하며 너털 걸음으로 군포시 당정동에 위치한 고봉중고등학교라고 불리는 서울소년원을 찾았다. 그리 먼 길은 아니었다. 이중 삼중으로 된 철제문만 통과하지 않는다면 영락없는 일반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자, 여기 똑바로 보고, 이차함수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구해보자. y=a(x-p)²+q의 꼴로 고치고…”
그는 x와 y축의 방향으로 평행이동한 포물선을 열심히 그래프로 그리고 있었다. 각 분단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목청을 높여가며 함수 문제풀이를 하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큰소리로 곧잘 대답을 하면서 받아 적기도 했지만, 뒤에 앉아있는 녀석들은 딴청을 피우며 장난질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까까중 박박 머리에 회색 메리야스를 입고, 짝퉁 아디다스를 신고 있었다. 그것만이 일반학교와 달랐다.

 

이동하 선생(안산제자교회)은 일주일에 한 번 이곳으로 출근한다. 벌써 2년이 흘렀다. 8월 초에 실시하는 검정고시가 코 앞에 다가와서 그런지 바빠 보였다. 지난 4월 고봉고등학교에서 74명의 학생이 검정고시에 응시하여 71명이 합격했다. 정말 경사 났었다. 그날은 “아이들이 해냈다”는 자긍심에 그도 기뻤다. 자원봉사 하는 보람을 흠뻑 느꼈다.

그는 원래 서울 강남에서 잘 나가는 수학강사였다. 25년 넘게 강의를 한 탓에 제법 명성도 얻고, 그에 따르는 부도 자연스럽게 덤으로 얻고 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이동하 수학’, ‘이동하 수학 동영상’을 입력하면 그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올라온다.

“사업의 확장이 나눔이 되었습니다. 안산에 계신 형님댁에 놀러왔다가 말씀에 사로잡혔습니다. 모태신앙이긴 했지만, 주일만 대충 다니는 그런 크리스천이었는데 하나님의 강권에 붙들려 안산에 눌러 앉게 되었습니다.”

 

그는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보다 안산은 상대적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다는 것을 알고 본인이 가진 수학강사로서 재능기부를 다짐했다. 그리고 바로 안산청소년수련관을 찾았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무료강의를 실시하겠다고 우격다짐으로 설명했다.

그때가 2008년 3월이었다. 청소년수련관 대관을 하고 무료강의를 한다는 소문이 돌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장추천서를 받은 학생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마침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반까지 편성되어 강의실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학생들이 속속 명문대학에 진학하자 안산시에서는 예산까지 확보하여 무료강의에 힘을 보탰다.

“이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전에는 사교육에 들어가는 부모들의 경제적 고통이 그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성적이 쑥쑥 올라가는 학생들을 보고 ‘내 상품은 이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나눔이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관내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영역을 뛰어넘어 소년원까지 지경을 넓혔다. 그는 담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법무부에 지원서를 냈다. 소년원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재능기부를 하겠다 해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문이 열렸다. 첫 날 수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펑펑 울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빨리 이 시간만 지나가기를 바라는 아이들을 보며 특별히 해 줄 것이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 그래도 아이들을 다독였다.

“선생님을 믿으라. 내가 수학만큼은 자신있게 만들어 주겠다.”
소 닭쳐보듯 하는 아이들도 그가 격의없이 팔씨름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다가서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다가도 제가 지나가면 달려와 인사를 하고, 퇴소하게 되었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흐뭇합니다. 제 막내 아들도 고3인데 부모로서 마음이 없으면 이곳에 오기 힘들 것입니다. 다 내 아들이라 생각하니까 오는 것이죠.”

그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하나님이 왜 수학을 전공토록 하고, 수학강사로 일평생을 가르치게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했다.

 

그 나라의 수학실력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입니다. 우리는 수학을 암기과목처럼 가르칩니다. 수학은 개념을 바르게 알고, 수학 용어인 식, 기호, 표, 그래프 등을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수나 공간에 대한 질서를 룰에 의해 수학적 언어로 조직화 된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학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수학 성취도 평가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는 세계 꼴찌라며 뭔가 잘못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기다 더 중요한 것은 수학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풀어가면서 우주의 원리와 창조의 세계를 이해하면 금상첨화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학문인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천직인 수학을 통해 ‘수학 전도사’로 나서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거듭 얘기했다. 그래서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이제는 가르치는 수학선생의 자격으로 중국에 선교사로 나가 청소년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중국에 가서 학습사역을 하고 싶어요. 수학은 만국 공통언어거든요. 10년 정도 사역을 하면 분명히 싹이 자랄 것입니다.”

그는 예전에는 매일 1년 365일 풀 타임으로 수학강의를 했지만, 지금은 이곳저곳 무료강의를 하면서 하루에 7~8시간씩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고 했다. 말씀을 기록하며 메모한 노트만 150권, 그리고 성경과 수학을 접목한 <C-스토리>는 72권째 쓰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가진 재능을 바르게 사용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이미 저는 좌표 설정을 했습니다. 오로지 수학적 언어로 말씀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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