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곤 목사(열린교회)

1차 세계대전이 다섯째 달로 접어든 1914년 12월 24일 저녁에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유럽 곳곳에서 온 수많은 군인들이 급조한 참호 속에 아무렇게나 몸을 웅크린 채 추위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전장에 땅거미가 깔릴 무렵,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독일군 병사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수천 개에 촛불을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위문용으로 보내진 자그마한 트리였습니다. 트리를 밝힌 병사들은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고요한 밤’을 시작으로 여러 곡이 이어졌습니다. 영국 병사들도 캐럴을 부르며 적에게 화답했고 그들에게 똑같이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양쪽에서 몇몇 병사들이 참호 밖으로 기어 나와 무인지대를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수백 명이 뒤를 따랐고 곧이어 수천 명의 병사가 참호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로 고향 이야기를 하며 지나간 크리스마스 추억을 나누었고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키득거리며 비웃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크리스마스의 태양이 유럽의 전장 위로 솟아올랐을 때에도, 수천 명의 병사들은 여전히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불과 24시간 전만 해도 적이었던 그들은 서로 도와 가며 죽은 동료들을 묻었습니다. 꿈같았던 ‘크리스마스 휴전’이었습니다.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시기와 질투, 다툼과 분쟁이 있는 이 세상에 참된 평화를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은 진정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탄생은 사람들 중에 평화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화목제물이 되시어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 평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평화가 되셨습니다. 윌(Will) 박사와 아리엘 듀란트(Ariel Durant) 박사에 의하면 지난 3421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불과 286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지구촌 역사에는 91.6%가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0년, 20세기 하나만을 놓고 보아도 전쟁과 혁명으로 인해서 약 9억이라고 하는 인구가 살상되었다고 합니다. 성탄절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오심에 대하여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라고 말씀합니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교수 도널드 케이건은 <전쟁과 인간>에서 “인간이 전쟁을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동기는 경쟁자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이익추구, 명예추구‘라고 합니다. 인류의 평화는 핵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왕 예수님께 나와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어둠은 어둠으로 물러가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물러납니다.

올 한 해 마음 아프게 한 사람에게 성탄 카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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