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복수보다 함께 집을 짓자”
[객석에서] “복수보다 함께 집을 짓자”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0.03.2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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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라는 선택이 진심어린 자발심이었는지,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수단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자신을 27년간이나 작은 감방에 수감했던 자들을 용서하는 일은 범상치 않았고, 그로 말미암아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의 기적은 잉태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흑백 통합을 꿈꾼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남아공 럭비팀 이야기다.

영화는 1990년 만델라가 감옥에서 석방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만델라가 탄 차가 지나는 거리 한 쪽 운동장에선 백인들로 이루어진 럭비팀의 연습이 한창이고, 맞은편 허름한 벌판에선 흑인 꼬마들이 축구를 하며 놀고 있다. 남아공의 흑백 갈등은 정치와 경제, 문화, 의식주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아공 흑인들에게 거의 백인들로 이루어진 럭비팀 ‘스프링복스’는 백인우월주의의 산물이었다. 때문에 ‘스프링복스’가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할 때 그들은 도리어 다른 나라를 응원했다. 수감 시절 만델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했다. 더 이상 백인과 흑인이 더 이상 서로를 미워하고 해치는 일은 없어야했다. 국민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 만델라 대통령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그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인 ‘스프링복스’의 월드컵 우승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흑인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스프링복스’ 이름부터 엠블럼, 경기복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흑인들 앞에서 그는 “스프링복스를 없애면 백인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리곤 “하찮은 복수보다 함께 벽돌을 모아 집을 짓자”고 말한다. 그의 선택은 ‘화해’였고, 그것은 ‘용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롬 12:17)는 가르침은 선한 일의 결과에 대한 믿음과 소망이 있어 값지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흑백 화합을 향한 만델라의 소망은 럭비팀 주장으로부터 시작해 사방으로 퍼져가고, 그 소망들은 한데 모아져 결국 럭비 월드컵에서 기적을 낳았다. 불굴의 투지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끈 ‘스프링복스’ 앞에 흑인과 백인은 함께 어울려 기쁨을 나눴다. 만델라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된 용서가 파도가 되어 거대한 인종 장벽을 넘은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등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이 선사하는 희망의 메시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을 떠올리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상수훈의 가르침처럼 ‘용서’와 ‘사랑’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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