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민 목사(대한성서공회 총무)
호재민 목사(대한성서공회 총무)

올해 12월 14일 둘째 주일은 ‘성서주일’이다. 성서주일은 한국교회뿐 아니라 세계교회가 함께 지키고 있기 때문에 한때는 ‘만국성서주일’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899년 5월 성령강림주일에 ‘성서공회주일’(Bible Society Sunday)이란 이름으로 지키면서 시작됐다. 성서주일이 시작된 1899년은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시기여서 한국교회의 자립이 매우 미약했다. 성서주일을 처음 주창한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 책임자 켄뮤어 씨는 한국교회의 헌금을 통해서 조선인 스스로 성서를 보급하길 바란 것보다는 서구 기독교의 아름다운 전통, 즉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감격으로 이웃에게 성서를 보급하고자 하는 정신을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도 심어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서주일은 한국교인들의 성경 반포에 대한 관심을 통해 계속 발전했고, ‘성서공회주일’은 1900년 <신약젼셔>가 발간되면서 정착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한국교회는 성서주일을 지키면서 교인들에게 성경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한편, 헌금을 통해 성경 반포사업에 기여하게 하는 통로가 됐다.

전국으로 반포되는 성경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왔다. 성경이야말로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성경이 전국으로 보급되면서 성경공부 운동이 한국교회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경회’(査經會)라는 이름의 모임은 바로 성경공부를 위한 모임이었다. 사경회 운동은 한국교회 부흥을 가능하게 했다. 당시에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보고에는, 어떤 여성도가 아이를 업고 머리에 쌀을 인 채 300마일을 걸어왔는데 그의 손에는 ‘때 묻고 닳은’ 성경이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 우리 믿음의 조상들의 모습이었다.

게일 선교사 보고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 남자가 100마일을 걸어서 게일 선교사를 찾아왔는데 방문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성경 말씀 가운데 얼마를 외우게 되었는데 그것을 보여드리려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 남자는 게일 앞에서 ‘산상설교’ 전체를 한 군데도 틀리지 않고 외워 보였다. 게일 선교사가 그에게, “성경은 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했더니, 그 남자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바로 그런 식으로 제가 외웠습니다. 처음에 성경 구절을 외우려 노력했는데 도무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한 절을 외우고는 믿지 않는 사람에게 가서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했더니 모두 외우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실천하면서 외우는’ 한국교인들의 ‘성서 신앙’에 선교사들은 감동했다. 한국교회 초창기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비록 적은 숫자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나 지위가 아니었지만,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또 실천하면서 ‘착한 행실’을 드러냈다. 이렇게 성경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한국교회는 ‘Bible Christianity’(성경 기독교), 한국교인들은 ‘Bible Lover’(성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렸다.

하나님께서 귀하게 주신 말씀, 성경이 우리에게 있다. 이 성경이 있는 곳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증거 되고, 성경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람의 영혼과 그 사회가 거룩하게 되는 것을 본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성경을 아직도 알지 못하고 구하지 못해서, 탄식과 고통 중에 있는 수많은 지구촌 이웃들이 있다. 성경 말씀을 이들보다 먼저 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이들에게 보급해야 할 사명이 있다. 대한성서공회에서는 한국교회와 협력해 지구촌 이웃들에게 지속적으로 성경을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성경 지원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성경을 받아 들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경험하고, 주님이 주시는 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협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교회는 12월 둘째 주일을 성서주일로 지키고 있다. 이때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찾아오신 성탄절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중에 있는 ‘성서주일’을 지키며,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것을 감사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더 가까이해 그 말씀이 우리의 삶 속에서 열매 맺기를 소원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생명의 말씀이 반포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