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회에서 첫 공유냉장고 설치
“이웃의 삶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대구옥토교회(김성민 목사)가 11월 대구 지역 첫 공유냉장고를 설치하고 지역 나눔 사역을 시작했다.
김성민 목사는 교회 인근 공원에서 노방전도를 하던 중 한 주민으로부터 “전도지 말고 음식을 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공유냉장고 설치를 결심하게 됐다. 그는 그때 처음 교회 관할에 취약계층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민을 섬길 수 있는 또 다른 사역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교회 마당에 자리한 이 냉장고는 교회 소유가 아닌 지역 주민 모두의 공간으로, 교인과 비교인이 함께 운영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돕고 있다. 설치 초기임에도 일용직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 독거노인, 1인 가구 청년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 어떤 주민은 반찬을 가져간 뒤 빈 그릇을 씻어 “잘 먹었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냉장고에는 반찬, 과일, 음료, 통조림 등 식품은 물론 생활필수품도 비치돼 있다. 반찬의 경우 보관 기간이 짧아, 교인들은 직접 만든 반찬에 제조일을 표기해 넣는다. 음식이 채워지면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나눔 소식을 올리는데, 기초생활수급자 등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비롯해 특정 반찬을 먹고 싶다는 주민까지 다양한 이유로 이용 의사를 밝히고 찾아온다.
처음에는 밤사이 많은 음식이 사라져서 ‘한 사람이 가져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공유냉장고를 찾는 사람 중에서는 3~4개 품종을 1개씩 가져가는 사람은 있어도 음식을 전부 챙겨가는 사람은 없었다. 김 목사는 “이름도 없이 음식을 채워 넣는 주민들도 점점 생겨나며, 교회 앞을 드나드는 주민들이 냉장고를 살펴보고 참여하는 등 선순환의 나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유냉장고는 과거 달서구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용을 중단했던 공유냉장고를 재활용해 설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김 목사는 “교회 담장을 넘어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냉장고를 통해 이웃의 삶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며 “교회가 마을 안에서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