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 심리지원 과정 성료
고인 추모하며 마음 치유 시간 가져
장학·문화·교류 등 예우 프로그램 지속

“울타리 같던 남편을 잃은 뒤 감정이 무너질까 두려웠지만, 고인의 사랑을 기억하는 일이 곧 나를 회복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자안 씨의 고백이다. 남편 고 천기화 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친 그녀는 2011년 남편의 장기 7개와 인체조직 36개를 기증한 도너패밀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진행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너패밀리들이 마음 깊은 곳 슬픔을 내려놓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진행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너패밀리들이 마음 깊은 곳 슬픔을 내려놓는 시간을 갖고 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유재수, 이하 본부)가 네이버 해피빈 모금으로 마련된 기부금 지원을 받아 진행한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지난 11월 14일 8주간의 과정을 마쳤다. 프로그램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정서적 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CCC순상담센터가 심리지원을 맡아 자녀·배우자·부모를 잃은 도너패밀리 7명이 감정과 상실을 다루는 데 동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기증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나누고,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며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6주 차에는 서울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에게 편지를 남기고,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부착하며 그동안 마음 깊숙이 묻어뒀던 슬픔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상실 경험을 지닌 유가족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삶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6년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을 잃고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故 이지은 씨의 어머니 김옥진 씨는 “딸을 떠나보낸 뒤 장기기증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함께해준 도너패밀리 덕분에 혼자인 것 같은 슬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유재수 이사장은 “도너패밀리들이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같은 경험을 지닌 이들과 함께 활동하며 묻어뒀던 감정을 해소하고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라며 “본부는 앞으로도 예우 프로그램을 넓혀 생명나눔의 고귀한 뜻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성숙한 장기기증 문화를 조성해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부는 2013년 도너패밀리 모임을 발족한 이후 심리지원 프로그램뿐 아니라 D.F장학회를 통한 기증인 유자녀 학비 지원, 사진전·연극 등 문화 프로그램 운영, 이식인과의 교류 활동, 행복여행 지원 등의 예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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