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정체성 지키며 연합 도모할 것”
내년 9월 통합 관련 구체화 전망돼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장:김동기 목사)과 오순절주의를 지향하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총회장:정동균 목사, 이하 기하성)가 교단 통합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기하성은 13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동균 총회장과 엄진용·양승호 부총회장, 강인선 총무를 협상위원으로 하는 통합 추진 실무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예장백석 역시 임원회·실행위원회·임시총회 등 내부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겠다는 방향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예장백석 박종호 사무총장은 “기하성과 백석총이 통합을 향해 순리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오래 논의되던 일이 구체화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분열돼 있다. 정통 교단 간에는 충분히 논의와 연합이 가능하다”며 “교리 논쟁을 넘어선 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장로교뿐 아니라 성경과 삼위일체 신앙을 공유하는 교단과는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고 말하며, 내년 9월 총회쯤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하성 측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밝혔다. 기하성 강인선 총무는 “우리는 백지 상태에서 연합이든 협의체 구성이든 통합이든 어떤 가능성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고 한 것”이라며 “첫 상임운영위원회에서 공식 기구를 구성한 것 외에 진행된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강 총무는 또 “기하성과 예장백석은 정치제도와 신조·교리가 분명히 다르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며, 공식화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논의는 교단의 이익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위기 상황 속에서 공교회를 살리기 위한 취지”라며 “각 교단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한국교회를 위해 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장백석과 기하성이 실제로 통합에 이를 경우 약 2만 교회가 참여하는 대형 교단이 형성돼 한국교회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장로교와 오순절이 신학적 차이를 안고 있음에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합을 논의하는 만큼 제도 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한국교회 재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교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