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37회 정암신학강좌 개최
‘안수 불허’ 관련 역사와 입장 살펴
“차별로 보지 말고 차이로 봐야”
여성안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 합신, 고신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성안수 추진과 함께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안수’에 대한 일부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정암신학연구소(소장:이동열 교수)와 합신 총동문회(회장:도지원 목사)는 제37회 정암신학 강좌를 열고 ‘여성안수,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여성 안수 문제가 분열의 기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공유하고, 이와 함께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존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을 짚으며 발제를 진행했다.
첫 발제자 임경근 목사(고신대학원 외래교수, 다우리교회)는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여성 직분자를 허용하는 과정을 탐구하며 이들이 “성경적으로 분명하고 탄탄한 근거 위에 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임 목사는 여성안수의 논점이 ‘절대적 가치’에서 ‘상대적 가치’로 이동했고, ‘차이’보다 ‘동등’의 개념을 우선시함으로써 새로운 성경 해석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여성 안수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을 분석하였으나, 결론적으로는 “성격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직분 개방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임 목사는 “시대적 압력에 굴복하여 성경의 권위를 상대화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하지만(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그 개혁은 반드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개혁(secundum verbum Dei)이어야 한다”고 했다.
김진수 교수(합동신대원 구약신학)는 “성경에 대한 해석이 세상의 보편적 가치와 시대정신에 부합하더라도 성경과 맞지 않으면 거부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발제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성경에서 나오는 여성에 대한 지위와 여성의 지도자 역할(선지자와 사사)은 오늘날 목사 안수의 근거가 될 수 없음도 확인했다. 그는 “여성 안수를 지지하는 성경해석이 세속적 이념(페미니즘, 젠더 이데올로기 등)에 경도된 성경해석과 유사성을 보인다”며 “여성 안수는 분명히 세속화와 깊이 결부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물론 교회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앞장서 고민하고 합당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교회가 여성과 여성 사역자를 귀하게 여기고 그에 합당한 예우를 솔선할 때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더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효남 교수(총신신대원 역사신학)는 16~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여성 사역을 짚었다.
그는 “16,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은 여성이 교회 안에서 가르치고 다스릴 수 없는 근거로 여성의 복종적 지위를 들었다”며 바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타락 이전에 주어진 창조 질서(창 2:21) △타락과 더불어 주어진 하나님의 율법(창 3:16)에 근거하여, 여성의 복종적 지위는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다.
김효남 교수는 “16,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은 여성이 구원론적으로는 남성과 완전히 동등한 존재이지만, 교회 안에서 주어진 사역에 있어서는 창조와 타락이라는 인류 보편의 역사에 따라 주어진 구별이 존재한다고 보았다”며 “다스림과 복종이라는 상반되는 지위는 죄악된 세상에서 말하는 억압과 군림의 관계가 아니라 자발성과 사랑의 관계로서 서로 병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는 이러한 남녀간의 차이를 존재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의 차이로 이해했으며, 교회의 안녕을 위한 하나님의 지혜로운 섭리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