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대표)
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대표)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수천 명의 고3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문턱을 넘고 있다.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그것은 청소년기의 절정에서 성인으로의 첫걸음, 꿈과 미래를 걸고 맞서는 전쟁터이자 동시에 영적 갈등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수능은 학업 압박만큼이나 신앙의 시련이 된다. 모의고사와 학원 스케줄 속에서 성경 말씀은 잊힌 책장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수능이 끝난 그 순간, 아이들은 자유를 맛보지만 동시에 공허함을 느낀다. ‘이제 뭐 하지?’라는 물음 속에, 신앙의 불씨가 꺼져버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현실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 청소년 3분의 1이 성인이 된 후 교회를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졌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생이 된 청년층의 이탈 비율은 더욱 심각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대 청년의 교회 이탈 비율이 45%에 달하며, 이는 최근 10년간 2030세대의 개신교인 비율이 급감한 맥락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 다른 조사는 대학생 중 ‘기독교를 믿지만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신자가 40%를 넘는다고 지적한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가정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란 아이들이 20살을 앞두고 교회를 떠나, 영적 유산이 끊어지는 아픔을 상징한다. 고3 학생들은 수능 준비로 인해 이미 교회 생활이 소홀해졌고, 시험이 끝난 후 새로운 환경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더 큰 유혹과 고립에 노출된다. 대학 캠퍼스의 자유로운 분위기, 친구들의 세속적 유희, 그리고 ‘신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라는 자기 합리화가 그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이탈 현상의 뿌리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 교회의 ‘청소년 중심’ 프로그램이 대학생 시기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청소년부의 따뜻한 품이 있지만, 대학에 들어서면 ‘청년부’로 이동하며 어색함을 느끼기 쉽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신앙이 약해진 청소년이 40%에 이른다는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개인적·사회적 압박이다. 취업 경쟁과 경제 불안 속에서 ‘성공’이 신앙보다 우선시되며, 교회가 제공하는 영적 양식이 현실적 고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공동체의 부재다. 고3 학생들은 수능 후 휴식 기간에 홀로 방황하지만, 이를 공유할 또래가 없다. 결과적으로 73%의 가나안 청년이 고교 졸업 직후 교회를 떠난다는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위기는 절망이 아니라, 교회가 새롭게 태어나야 할 기회다. 수능을 마친 고3 아이들을 위한 ‘돌봄과 관심’이 첫 번째 열쇠다. 교회는 단순히 ‘축하 파티’나 ‘대학 입시 기도회’로 그치지 말고, 개별 상담과 멘토링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수능 끝나고 뭐 할 거야?”라는 가벼운 물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네 미래를 어떻게 인도하실까?”라는 영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부모와 지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아이들의 공허를 메우고, 신앙의 뿌리를 단단히 해줄 수 있다. 실제로 교회 출석 청소년 중 66%가 ‘교회를 계속 다닐 것 같다’라고 응답한 것은, 여전히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역할이다. 고3 또래 모임 또는 20살 새내기 청년 공동체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필자 역시 수능을 마치고 친구를 따라서 얼떨결에 가게 됐던 고3 또래 모임이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됐기 때문이다.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3개월 동안 매일 모이면서 교제하고 소통하던 신앙공동체의 좋은 기억과 경험 덕분에 고3 수능 후 또래 신앙모임의 중요성을 몸소 느낀 필자는 지금껏 10년째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 매년 1월, 막 20살 된 청년들을 데리고 제주도 3박 4일 여행(‘고삼세끼’라는 고3 위로여행)을 떠난다. 캠프 느낌의 이 시간을 통해서 교회를 떠나려고 했던 20살, 교회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믿는 집안 안에서 신앙을 거의 버렸던 아이들이 회복되고 다시 교회로 돌아가는 것을 볼 때, 이 시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이 시기에 관심과 격려, 함께함의 시간들이 한 영혼을 살릴 수 있음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교회 이탈 청년 중 모태신앙 비율이 63%에 이르는 것은, 어린 시절 공동체가 약했음을 반증하지만, 반대로 강한 공동체가 있다면 이 비율을 뒤집을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청소년 보호’에서 ‘청년 동행’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수능이 끝난 고3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하나님 나라의 후계자다. 그들이 20살을 맞아도 교회 문을 두드리는 자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손을 내밀자. 돌봄의 따뜻함과 공동체의 힘으로, 신앙의 불꽃이 꺼지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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