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섭 교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 통합대학원장)

<신국론>(어거스틴/CH북스)

세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혼돈과 갈등이 교차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는 세상의 한가운데서 고투하며 사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의 시기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독교 로마 세계가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근본적으로 흔들리던 주후 413년, 어거스틴은 펜을 들어 13년에 걸쳐 불멸의 저작, <신국론(De Civitate Dei)>을 집필했다.

이 책은 CH북스에서 2016년 개정판으로 22권 전권이 완역돼 출판됐다. 앞의 10권에서 어거스틴은 로마의 몰락이 기독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로마의 정치적 부패와 도덕적 타락 때문임을 논증한다. 뒤의 12권에서는 창조로부터 종말에 이르는 두 도성, 곧 하나님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이 역사를 따라 전개되는 과정을 성경적 예증으로 치밀하게 서술한다.

<신국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통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세상의 도전이 아무리 거세어도 역사는 결국 하나님의 나라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둘째, 하나님에 대한 사랑(Amor Dei)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Amor sui)의 차이가 하나님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의 시민을 구분 짓는다.(<신국론> 14.28) 셋째, 우리는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가지만, 지상의 평화가 하늘의 평화에 이바지하도록 힘써야 한다.(<신국론> 19.17)

안인섭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 통합대학원장)
안인섭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 통합대학원장)

이러한 어거스틴의 통찰은 2025년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영적 울림을 준다. 세속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나그네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며, 역사의 종말의 날에 “쉬면서 보고, 보면서 사랑하며, 사랑하면서 찬양할 것”이라는 약속을 바라본다.(<신국론> 22.30)

이 얼마나 장엄하고 위로에 찬 말씀인가! 필자가 대학 시절 처음 손에 잡고 지금까지 반복해 읽어온 <신국론>은, 시대가 혼란하고 어두울수록 그리스도인들에게 더욱 밝은 소망과 굳센 용기를 불어넣는 책이다. 그러므로 목회자와 신학생은 물론, 청장년 성도들과 지성 있는 시민들에게도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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