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연 목사(총회 통일목회개발원 전문위원장, 사단법인 남북사랑네트워크 이사장)

조기연 목사(총회 통일목회개발원 전문위원장, 사단법인 남북사랑네트워크 이사장)
조기연 목사(총회 통일목회개발원 전문위원장, 사단법인 남북사랑네트워크 이사장)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시작된 한반도의 분단은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민족분단을 복음으로 극복하고 복음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지속해왔으나, 여전히 분단의 벽은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의 남북관계는 평화와 화해의 국면이 아닌, 오히려 적대적 두 국가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북한선교와 통일사역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세꼐교회와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절실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일시적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조성됐으나, 구체적 성과 없이 종결됐다. 이로 인해 북한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나게 된 것에 대한 원인을 남쪽에게 돌리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20)를 비롯해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며 관계 단절을 공식화했다. 2023년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함으로써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선대의 유훈 ‘민족’과 ‘통일’에 대한 개념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극단적 대립 속에서 북한선교는 정체 상태에 빠졌으며, 한국 내 정책적 대안 역시 부재한 실정이다. 이처럼 남북관계는 정치적 변수에 따라 급변하며, 단순한 외형적 변화만으로는 통일정책이나 선교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따라서 교회는 정치적 접근을 넘어, 복음에 기초한 영적·선교적 관점에서 통일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한국교회의 북한선교는 1974년 김창인 목사가 설립한 ‘씨앗선교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또한 1980년대 중반 “북녘땅에 잃은 형제 복음으로 다시 찾자”는 구호 아래 북한선교 일꾼 양성을 시작함으로써 그의 북한선교의 동기는 민족선교에 기인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김상복 목사를 중심으로 ‘북한교회재건위원회’가 구성돼 해방 이전의 북녘 교회를 조사·발굴하고, 전국 교회에 입양 운동을 전개했다. 이처럼 초기 북한선교는 실향민 1세대가 주축을 이룸으로서 ‘민족선교’로서의 북한선교 성격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사망과 대규모 식량난으로 인한 대량 탈북사태를 계기로, 북한선교는 국제사회와 세계교회의 관심으로 확대됐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한 이 사역은 한국교회뿐만이 아닌 30개 가까운 세계 교회가 북한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수교국 중심으로 방문 지원 사역을 펼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의 국경 봉쇄로 인해 직접 사역이 중단되자, 본국으로 귀국하게 된 세계 선교단체들이 국내로 입국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선교 글로벌 네트워크’가 등장하게 됐으며, 이는 민족 중심의 선교가 세계교회와 연대하는 글로벌 선교 체계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추구해온 통일의 핵심 개념은 ‘복음통일’이다. 복음통일은 단지 제도적 통합을 의미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구속 역사 안에서 남과 북이 화해하고 영적으로 하나 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새로운 ‘뉴코리아’를 세우는 복음적 재창조의 과정이다.

‘북한선교’라는 용어가 ‘통일선교’로 확장돼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통일선교는 북한 지역과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개념이 아니라, 남북한 전 지역과 통일 이후의 유라시아,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한 선교를 포괄한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0)는 구절은 통일선교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통일선교는 정치적 통일을 넘어 하나님 나라와 의를 세우는 복음적 통합운동이며, 이는 곧 Missio Dei(하나님의 선교)로서,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이뤄 가는 구속사적 사건이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통일선교 글로벌 네트워크’는 세계교회가 하나 돼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순종의 행위이며,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선교적 실천이 되는 것이다.

‘통일선교 글로벌 네트워크’는 분단 80년의 현실과 남북관계의 단절, 그리고 정체된 북한선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 네트워크는 한국교회와 디아스포라 교회, 그리고 세계교회가 복음적 연대를 이뤄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공유하는 선교적 공동체이다.

이제 통일선교는 민족 중심의 한정된 영역을 넘어, 세계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미션 운동으로 확장돼야 한다. 통일코리아는 단순히 민족의 통합을 넘어서, 유라시아와 세계 복음화를 위한 하나님의 도구가 돼야 한다.

결국 통일선교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며, 분단의 어둠을 넘어 복음의 빛으로 통일과 세계선교를 이루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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