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
신원하 “진실규명과 회개, 대화 필요”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패널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장세훈 교수, 주제강연자 신원하 박사, 패널 박찬호 교수와 정갑신 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패널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장세훈 교수, 주제강연자 신원하 박사, 패널 박찬호 교수와 정갑신 목사.

“교회는 모든 이념을 그리스도께 복종시킬 사명을 지닌 신앙공동체로,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강규성 박사)가 복음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화해와 통합을 논했다. 복음주의신학회는 10월 25일 한국성서대학교(총장:최정권)에서 제85차 정기논문발표회를 열었다. 전체 주제강연 강사로 나선 신원하 박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전 고려신학대학원장)는 ‘이념, 신앙, 그리고 그리스도 안의 통합:정치 이념에 따른 한국교회의 갈등 해소와 통합(화해)을 향한 복음주의 신학적 모색’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신원하 박사는 먼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발생한 사회적 혼란과 이념적 갈등과 분열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정치적 이념과 이해가 걸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돼 왔으며, 한국교회 역시 보수와 진보로 갈려 갈등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신 박사는 한국교회의 사회참여 역사와 흐름을 기독교 전래 이후 1970년대까지는 ‘정교분리와 복음전도에 치우친 분리주의’로 진단했다. 그는 “1980년대에 들면서 군사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뒤부터 소위 민주화운동이 큰 물줄기를 형성했지만, 보수 개신교회들은 여전히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구령사업에 전념하고, 사회 불의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이후 2000년대에 들면서 정치적 우경화와 이념지향적 정치적 행동주의가 등장했다”며 대표적 사례로 “기존 주류 보수 교단에 속한 교회들보다는 전광훈 목사와 같은 스스로를 ‘애국 보수’라 부르는 이들이 등장해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을 옹호하고, 이와 반대되는 정치세력과 정당을 비난하고 반국가세력으로 몰고 가는 성격을 드러내 보였다”고 진단했다.

신 박사는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에 영향을 준 사회역사적 요인으로는 ‘반공주의’를 꼽았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각축장이 되다시피 이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6·25전쟁과 남북분단은 한국교회 이념 지형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사회 참여에 영향을 준 신학적 요인으로는 ‘반기독교문화’로 꼽고, “지난 10여 년간 동성애, 성전환, 성개방 등 진보적 이슈가 관용되며 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자 전통적 가치를 지닌 국민과,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회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교회는 이러한 반전통적, 반기독교적인 사회의 진보적 문화 흐름을 성경의 가르침에 반하는 신앙적 위기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신학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십자가의 화해’ ‘성육신적 섬김’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관점’을 신학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교회와 성도가 정치적 행동을 함에 있어 이념의 영향을 신앙(신학)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회는 이것을 받아들이거나 체념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정치 성향에 따른 갈등과 분열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며 “교회는 모든 이념을 그리스도께 복종시킬 사명을 지닌 신앙공동체로서 험난하더라도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박사는 한국교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한국복음주의 교회의 실천적 제안으로 ‘진실규명과 회개’, ‘대화와 경청’을 제시했다. 신 박사는 신사참배, 유신정권 지지, 군사정권 협조 등을 예로 들고, “화해의 출발점은 진실을 규명하고 그 사실을 직시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 내부의 분열이든 교회 내부의 갈등이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진실이 드러났을 때 잘못을 범한 측은 겸손하게 그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며 “화해는 바로 이 진실규명과 인정의 토대 위에서만 시작되고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와 경청’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학과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진 그룹의 소리에 마음을 열어 경청하면서 자신들의 견해를 예의 바르게 개진하게 된다면 한국교회는 조금씩 내부 갈등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자리에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제강연 후에는 부회장 장세훈 교수(합신대)의 사회로 신원하 박사, 박찬호 교수(백석대), 정갑신 목사(예수향남교회)가 패널 토의를 했다. 이후 구약, 신약, 조직, 역사, 실천, 상담, 윤리, 선교, 음악 분과에서 분과 주제발표와 자유발표가 이어졌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1981년 한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에 의해 태동된 개신교 신학회로, 10개 분과학회로 구성돼 있다. 현재 35개 국내외 회원학교와 약 1000명의 교수회원들이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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