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열 목사(우정교회)
예동열 목사(우정교회)

청년 세대의 ‘결혼 포기’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징후다. 치솟는 집값과 불안한 일자리 속에서 “청년들은 관계에서 서로를 계산하는 법만 배웠고, 결혼을 자유를 억압하고 행복을 박탈하는 ‘감옥’으로 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의 뿌리는 결혼을 ‘개인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세속적 결혼관이다. 

그러나 성경은 결혼이 행복 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창조주가 명령하신 본래적 상태임을 선언한다. 인간이 결혼이라는 언약 관계 속에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세상은 결혼을 선택의 문제로 만들었지만, 성경은 그것을 존재의 문제로 제시한다.

첫째, 결혼은 창조의 질서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하나님 형상을 담은 인간에게 이 말씀은 사회 제도 이상의 거룩한 소명이다. 결혼은 그분의 모양과 형상을 드러내는 근본적 관계이자 창조의 완성이며, 인간이 하나님을 닮아가는 가장 구체적인 통로다. 우리는 결혼을 통해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을, 그분의 신실함을, 그분의 용서와 회복의 능력을 배워간다.

둘째, 결혼은 예배의 통로다. 가정의 목적은 배우자와의 행복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을 알아가며 그분과의 연합을 누리는 과정, 곧 예배다. 부부가 함께 기도하고 순종하며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것은 가정 속 예배이자 하나님 나라의 뜻을 일구는 사명이다. 결혼은 개인의 경건을 넘어 공동체적 예배로 나아가는 길이며,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가장 실제적인 장소다.

셋째, 결혼은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통로다. 믿는 자들에게 허락된 가정과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미리 누리도록 주어진 복이다. 결혼을 통해 용서와 화해, 조건 없는 헌신과 사랑을 체험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 건설의 과정이며, 다음세대에 믿음을 전승하는 유일한 토대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는 힘은 오직 믿음에서 나온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상이며, 바라는 것들의 증거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이나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믿음이다.

첫째, 결혼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임을 신뢰해야 한다. 결혼의 목적이 ‘내 행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순종을 바탕으로 한 ‘예배’임을 인정할 때, 현실의 계산법을 넘어설 수 있다. 같은 신앙 고백을 가진 배필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겠다는 결심, 이것이 믿음 있는 결혼의 시작이다. 이러한 믿음의 결단은 세상의 조건들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용기를 준다.

둘째, 잔인한 사회구조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현실을 신뢰해야 한다. 하나님은 축복을 주시는 분이며, 진정한 자유와 참된 가치, 깊은 행복은 물질적 조건이 아닌 순종 가운데 반드시 깃든다.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말고, 주어진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며 나아갈 때, 기대하지 못했던 참된 자유와 기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순종하는 자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공급과 인도하심으로 가득하다.

셋째, 하나님의 현실을 공유하는 건강한 신앙 공동체가 필요하다. 교회는 세상의 왜곡된 가치관에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성경적 결혼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순종으로 일궈낸 실제적 자유와 가치, 행복을 누리는 성숙한 신앙 부부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청년들은 이들을 통해 결혼이 희생이나 감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가장 아름다운 언약 공동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혼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조건의 개선을 넘어선 성경적 깨달음이다. 교회는 변하는 세상 속에서 결혼이 나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는 신앙의 실천이며,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하나님 나라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기는 권세를 드러내는 통로임을 명확히 증거해야 한다.

이 믿음과 공동체의 힘 속에서 청년들이 용기를 내어 언약을 맺고 하나님 나라를 일궈 나갈 때, 결혼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소망의 소식이 될 것이다.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청년 세대에게 전해야 할 가장 시급한 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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