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무속이 확산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무속인들 가운데서도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젊은 무당들은 SNS를 활용해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최근 3년 내 운세를 본 사람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봤는지 물어보니 “스마트폰/온라인 운세 앱”(55.2%)이 가장 많았고, “유튜브 타로 영상(채널)”(14.2%)과 “유튜브 점집 영상(채널)”(10.3%)까지 합하면 온라인이나 유튜브를 이용한 사람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따라서 손쉽게 무속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 무속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무속의 성격에 대해 “미신”(41.8%)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보다도 “개인적인 위로 수단”(55.3%)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무속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 신앙(29.0%)이나 전통문화(22.5%)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이들에게 더 강했는데, 이것이 굿이나 부적에 대해서 젊은 세대가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최근 MZ 세대가 무속에 빠져들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무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전통문화나 전통 신앙으로 받아들이면서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과도 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독교인들도 무속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주변의 기독교인들이 무속을 이용한 것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3분의 2(66.7%)가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은 것은 “점/운세를 보는 것”(46.3%)과 “이사, 결혼 시 택일을 하는 것”(43.9%)이었고, “풍수지리”(22.1%), “고사를 지낸 것”(21.3%)도 적지 않게 나왔다. 목회자들도 38.3%가 교회 성도들이 무속 행위를 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비기독교인들만큼은 아니지만 기독교인들도 무속과 매우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3년간 무속을 이용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기독교인들 가운데서도 4분의 1(24.8%)이 이용했다고 응답해 스스로 인정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자들이 무속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회 밖의 사람들이 무속에 빠지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은 기독교 신자들도 비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무속에 기대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때 왜 교회 사람들이나 목회자를 찾아가지 않고 성경에서도 금하고 있는 무속을 의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적지 않은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 조사에서도 신자들의 절반(47.9%)은 교회에서 마음속 깊은 고민을 터놓을 상대가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신앙 단계가 낮을수록 “없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1단계에서는 3분의 2(68.0%)가 그리고 2단계에서는 절반(50.6%)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목회자에게 자주 고민을 털어놓거나 상담을 하느냐는 질문에 80.9%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이 역시 신앙 단계에 비례했는데, 신앙 단계가 낮은 신자들 대다수가 목회자와 상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들이 교회 밖에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해결하려고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무속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무속에 의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속은 하나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우상 숭배이며 신앙인으로서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님 말씀과 신앙 선조들의 가르침에 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속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와 민주적인 의사결정에도 장애가 된다. 최선의 노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론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며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은 공동체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요행을 바란다든지 결정론적인 사고가 횡행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에 크게 저해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신자들이 무속에 빠지는 데에는 교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기복신앙, 번영신앙 등 현세에서의 성공을 강조하는 것이 무속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십자가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해야 하지만, 세상의 복을 누리는 것이 좋은 신앙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면서 무속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목회자들의 81.6%가 기독교 신앙에 무속적 요소가 들어와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우리 신앙 안에 무속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면 성도들이 무속을 멀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신앙 단계가 3, 4단계로 높은 층에서는 무속을 이용한 경험이 더 적게 나와서 신앙의 성숙도와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편적인 무속 관련 교육보다는 전반적으로 신앙이 성숙해지면 무속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교회가 안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 다른 신자가 어려움을 당하거나 신앙적으로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깊이 공감하기보다는 정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회가 신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나 어려움에 대해서 터놔도 비밀이 지켜지고 함께 기도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전한 지지 그룹(support group)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성도들이 무속에 빠지지 않고 교회 공동체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