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개혁주의 교단 및 아시아 교회 지도자 대회가 9월 25일과 26일 충현교회와 삼정호텔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와 미주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찾은 24개 교단 및 교회 대표들은 첫날 총회 현장을 방문해 제110회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에게 인사했다. 또 총회장 장봉생 목사를 비롯한 총회 임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개혁신앙으로 하나 된 형제자매임을 확인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번 대회 주제 문구와 한국어, 영어, 헬라어로 기록된 성경구절이 인쇄된 스톨을 어깨에 걸었다. 주제 문구는 ‘개혁주의와 함께 하는 세계교회’(Toward the Global Reformed Church, Together)였으며, 성경구절은 “일어나라, 함께 가자”(마 26:46)였다.
본 대회는 25일 오후 3시 삼정호텔에서 개회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됐다. 총회장 장봉생 목사는 로마서 11장 36절을 본문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믿으며 복음 안에서 세계 선교를 위해 연합하자고 당부했다. 이후 참석 교단 소개와 인사가 이어졌고, 대표자들은 준비해 온 영상과 PPT 자료로 각 나라의 선교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세계 복음화를 위해 개혁주의 교회들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임을 인식했다. 각 국의 보고에서는 세속주의 확산, 종교적 거부감, 오랜 박해의 잔재, 고령화와 다음세대 부재에 따른 교세 약화 등의 현실이 나타났다. 특히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대표들은 사회주의 정권 시절의 박해 후유증 속에서도 ‘언젠가 총회처럼 1만 교회를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 시간은 하나님 나라가 전 세계에 어떻게 확장돼 가는 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으며, 세계 선교를 향한 열정을 다시금 불타오르게 했다.
중간중간 용인제일교회가 준비한 문화 공연이 분위기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었고, 저녁 만찬 후에는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뮤지컬은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에 나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가운데 세 교회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으로, 드라마틱한 연출과 음악을 통해 신앙적 메시지를 전했다. 참석자들 가운데는 감동과 회개의 눈물을 흘린 이들도 있었다.
다음 날인 26일에는 포럼이 열렸다. 오정호 목사는 ‘한국교회에 내려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한국교회가 받은 축복의 이유를 △성경과 기도 △선교 정책 △사람 △섭리적 시련과 도전의 복 등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이어 안인섭 교수는 ‘개혁주의 유산과 미래: 글로벌 연대를 향한 “서울 개혁주의 네트워크”의 신학적 제언’을 발표하며, 종교개혁으로부터 이어진 개혁주의 신앙은 본질적으로 고립이 아닌 네트워크적 성격을 지녔음을 강조했다. 그는 루터와 칼빈의 사역,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국제적 연대 속에서 이뤄졌음을 소개했다. 필자 역시 ‘개혁주의와 함께하는 세계교회’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우리 교단이 세계 최대의 개혁주의 교단이 됐음을 소개하고, 이번 대회의 주제가 왜 ‘개혁주의와 함께하는 세계교회’로 정해졌는지를 설명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세계개혁주의네트워크’ 창립을 결의한 것이다. 네트워크는 2026년 창립을 목표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개혁신학의 정체성 위에서 올바른 신학적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세대에서 개혁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시대에 고립은 있을 수 없다. 세속주의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자본을 앞세워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앙 때문에 박해받고 감옥에 갇히며 목숨을 잃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존재한다. 개혁교회는 처음부터 ‘함께하는 교회’였다. 개혁주의 전통을 이어 세계 최대의 개혁주의 교단으로 성장한 우리는 세계 교회를 이끌고 돕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개혁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알리고, 침체된 세계 개혁교회들의 부흥을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번 세계 개혁주의 교단 및 아시아 교회 지도자 대회는 교단의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이미 MOU를 체결한 세계 개혁주의 교단들과 아시아 지역 교회들과 협력해야 한다. 개혁교회의 부흥은 곧 우리 교단의 부흥이며, 개혁교회의 쇠퇴는 곧 우리 교단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