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석 목사(예현교회)
“그 후에 바울이 아덴을 떠나 고린도에 이르러 아굴라라 하는 본도에서 난 유대인 한 사람을 만나니 글라우디오가 모든 유대인을 명하여 로마에서 떠나라 한 고로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달리야로부터 새로 온지라 바울이 그들에게 가매 생업이 같으므로 함께 살며 일을 하니 그 생업은 천막을 만드는 것이더라”(행 18:1~3)
저자는 지면을 낭비하지 않는다. 고린도 교회의 여정을 보고함과 동시에 바울의 또 다른 상황을 보고한다. 이는 바울의 평생 사역 기간에 유대인들이 했던 여러 가지 비난 중 하나를 우리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바울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만나며 같은 기술을 통해 공동생활을 한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너희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녹록치 않았던 이 자급의 생활이 문제였다.
당시에 인정받는 랍비의 전형은 많은 문하생들에게 사역 비용과 교수 비용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며, 훌륭한 문헌을 편찬하거나 저작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는 바울의 전략은 거짓 스승 또는 능력 없는 교사의 모습으로 여겨졌고, 유대인들에게 큰 저항의 빌미를 제공했다. 요즘으로 보면 명망 있는 승려가 건강식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프로 골퍼 자격을 가진 목회자가 투어를 위해 1년에 4주는 교회를 비우는 것처럼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바울이 당시 교사의 상징성에 저항을 받으면서까지 변화를 추구한 이유는 성실한 생활습관이나 청빈한 삶의 철학 때문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귀족 출신의 아버지를 통해 로마 시민권을 얻은 명망가 출신이다.
바울의 이러한 행동은 오로지 선교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1년 6개월 가까이 되는 장기간의 여행 기간 동안 로마가 뚫어놓은 도로를 통해 빠르게 이동하며 당시 종교 형성 과정과는 전혀 다른 교회의 폭발력 있는 확장성을 경험한 것이다. 한 지역에 머물며 문하생을 모으고 생활을 위해 책을 쓰고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의 패턴은 바울 앞에 펼쳐진 이방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지 않았다. 바울은 1차 전도 여행으로 습득된 선교 현장의 새로운 정보에 따라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버리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바울은 갈라디아와 데살로니가에 이어 고린도에 교회를 설립한다. 고린도 교회는 기존의 관습과 형식에 메이지 않는 바울의 개혁적 의식의 산물이다. 하나님은 우리들이 익숙하고 안정적인 삶의 패턴을 깨뜨리고 변화하는 환경 앞에서 새로운 것을 갈망하도록 요구하신다. 그래서 개혁은 때론 파괴적이다.
오늘의 교회는 이 파괴적 선택이 절실하다. 우리가 변화에 대한 피로감을 감당해 낼 의식과 의지가 부족해 습관을 택한다면 교단과 교회, 그 안에 놓인 성도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