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신학 함께 연구해야”
다음세대 AI 리터러시 교육 시급
AI시대 목회자 역량 세 가지 제시
‘하이브리드 교회교육’ 설계 틀 제안
AI시대를 맞아 교회 교육은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 전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교회행정, 기도문, 설교 등 교회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성경 교육과 신앙 전수가 약화되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성세대와 다음세대의 소통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불리는 다음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학습과 창작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10대는 AI를 학습 보조(과제, 언어학습 등) 창작활동(콘텐츠 제작 등)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20대는 취업(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코칭)과 업무보조(정보 검색, 문서 작업,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AI를 활용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교회교육도 과거 방식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세대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 교육협력위원회(위원장:안성우 목사)는 9월 4일 경기도 고양시 로고스교회에서 ‘2025 한국교회 AI 교육 세미나’를 열고, 인공지능 시대 교회교육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AI시대와 교회교육: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함영주 박사(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이수인 박사(아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김효숙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 권수경 박사(전 고려신학대학원)가 강사로 나섰다.
첫 번째 발제에서 권수경 박사는 ‘AI시대 신학적 접근과 이해’를 주제로, 교회 내 AI 활용에 대한 깊은 고찰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 교수는 AI시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진리의 위기를 꼽으며 “인공지능 환경에서는 사실과 거짓이 똑같이 정보로 취급되며, 거짓이 진리와 같은 대우를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복음은 역사적 사실 위에 세워져 있는데, 참과 거짓의 기준이 무너지면 복음 자체가 공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로 ‘노동의 붕괴’를 들었다. 그는 “AI는 단순노동뿐 아니라 전문직까지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목회 영역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성경은 인간을 노동하는 존재로 가르치는데, 노동 없는 시대가 오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AI의 철학적 기반은 정신과 자유를 부정하는 유물론에 있음을 강조하며 “만약 인간에게 자유가 없다면 죄와 구원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도 필요 없어지기에, 이는 복음 자체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권수경 박사는 “AI는 교회를 새롭게 하는 권력이 될 수도 있고, 교회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며 “교회와 신학자, 목회자가 협력해 인공지능과 신학을 함께 연구할 것”을 요청했다.
함영주 박사는 ‘AI 시대 교회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을 교회 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 박사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질문하며, 나누는 경험적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며 △개인 맞춤형 신앙교육 △AI 챗봇을 통한 신앙성장 튜터 △음성인식 기반 신앙교육 △신앙교육 평가 및 피드백 △창의적 신앙콘텐츠 제작 △메타버스 기반 신앙교육 등 6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이러한 도입은 교회 신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독자 플랫폼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교육적 활용에 대한 신학 정립, 교육 주체들의 인식전환, 실질적 인프라 구축이 시대적 과제”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세대 학습자들을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가 신앙적인 분별력을 갖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AI는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인 박사는 “AI가 목회자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AI는 신앙을 가질 수 없는 통계학적 앵무새에 불과하다”라고 정의하면서 설교, 목회적 돌봄, 행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AI시대 목회자에게 요구되는 역량 변화로 △본질적 목회 역량 재확립 △디지털 적응력과 지속적 학습 △윤리철학적 분별력 등 세 가지를 제시하며, 기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 성찰과 윤리적 분별력을 길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김효숙 박사는 ‘하이브리드 교회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교회의 두 가지 은유, 즉 제도적이고 경계가 뚜렷한 에클레시아와, 관계적이고 수평적인 코이노니아를 제시”하며, 디지털 세대를 “기술과 공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하이브리드형 인간인 동시에, 현실의 과잉보호와 가상의 과소보호가 초래한 불안 세대라는 양면적 특징을 가진 세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모든 참여자가 연결되고, 동등하게 환대받고 참여하게 하는가?를 묻는 관계 차원 △개인의 소소한 신앙 이야기가 안전하게 표현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가?를 묻는 서사 차원 △가르침의 권위를 함께 나누며 함께 성숙해가는가?를 묻는 권위 차원 △온라인과 오프라인, 주일과 주중의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상호 보완되게 하는가?를 묻는 실재 차원 등 네 가지 원리를 담은 하이브리드 교회교육 설계 틀을 제안하며 “교회의 과제는 어떤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기술을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인공지능 시대가 교회와 신앙교육에 던지는 도전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AI를 막연한 위협이나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고, 신학적 성찰을 통해 이 시대의 새로운 신앙 전수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을 확인했다.
세미나를 주관한 위원장 안성우 목사는 “한국교회는 지금 AI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의 위기 때처럼 급히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신학적 정리와 교육적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가 중요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