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수 교수(명지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함승수 교수(명지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올해는 한국 기독교학교가 세워진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1885년 시작된 기독교학교는 한국 근대교육의 산실이 됐으며,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 인재를 길러내어 민족의 독립과 사회개혁, 그리고 나라 발전의 화수분이 돼 왔다. 한국 기독교학교의 140년은 단순한 학교의 연대기를 넘어 한국교회가 민족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총신대학교는 기독교학교의 전통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1901년 개교한 이래 124년 동안 변함없이 개혁신학의 전통 위에서 수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를 배출하며 한국교회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종교 지도자 양성 대학법인 지정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총신대학교를 비롯한 주요 신학대학교의 법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과 자주적인 운영마저 위협받는 현실 앞에서, 기독교학교 140주년을 맞은 우리는 총신대학교와 더불어 한국 기독교학교의 미래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25년 8월 14일, 교육부는 ‘종교 지도자 양성 대학법인 지정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신학과’ 이외의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종교 지도자 양성 대학법인’ 지위를 박탈한다는 데 있다. 이 안이 확정될 경우, 총신대학교를 비롯해 장로회신학대학교, 침례신학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세운 신학대학들이 법인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교육부 고시에 따르면 기존 21개 법인 중 10개가 제외돼 총 11개만 남게 되며, 이는 무려 48%의 축소에 해당한다.

이번 행정 예고안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그 중에서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학과 분류 체계에서 심각한 오류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교단의 교역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역학과’가 무역·유통학으로 분류되는 황당한 사례가 나타났고, A대학의 기독교교육[학과]는 인문학과로 분류돼 법인 지위 취소의 원인이 된 반면, B대학의 기독교교육학[전공]은 종교학과로 분류돼 지위를 유지하는 등 대학 간 평가 결과가 일관성을 잃었다. 통일선교 관련 학과가 정치계열로 분류되는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종립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해당 대학과 법인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고시를 추진함으로써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보장하는 소통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결국 이번 행정 예고안은 내용적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신학 교육의 제도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만약 총신대학교가 일반사학으로 전환된다면 여러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교단이 개방이사 절반을 추천하던 권한이 대학평의원회로 넘어가 이사회에서 교단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신앙 정체성의 유지다. 신입생 모집에서 세례교인 증서를 요구하거나 직원 채용에 신앙 요건을 두던 전통이 흔들림으로서 채플과 같은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은 물론이고 자주적인 학교 운영마저 위협받게 된다.

한국 기독교학교 140주년은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총신대학교를 비롯한 신학대학들이 직면한 위기는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학교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의 존립과 정체성을 흔드는 도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기독교학교가 존속할 수 있도록 더욱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사안은 개별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한국교회와의 공동체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한국교회는 외적으로 신학대학의 정체성과 특수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연구와 정책적 대안 제시를 통해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로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이재훈 목사)는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와 긴밀히 소통했고 그 결과 이번 고시안이 재검토되도록 조치했다. 이렇듯 구체적인 연구와 실질적인 대안 제시가 뒷받침될 때 기독교학교는 제도적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다.

동시에 학교 내부적으로는 현실적 운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독교학교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 시대 총신대학교를 비롯한 모든 기독교학교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정체성과 사명을 분별하며, 한국교회와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적 책무를 성실히 감당해야 한다. 기독교학교가 복음의 가치를 바탕으로 교육적 책무를 굳건히 세워갈 때, 지난 140년의 역사는 새로운 140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곧 한국교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다.

총신대학교와 기독교학교는 존속돼야 한다. 이번의 위기가 오히려 한국교회를 깨우는 외침이 돼 기독교학교들이 다시 부흥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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