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환 목사(군산 동광교회)

성찬은 마음 찢으며, 말씀으로 치유받는 시간입니다

“그 주간의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그들에게 강론할 새 말을 밤중까지 계속하매”(행 20:7)

 

문성환 목사(군산 동광교회)
문성환 목사(군산 동광교회)

초대교회는 성찬공동체

초대교회 공동체는 언제나 주님의 살과 피, 떡을 떼고 포도주를 나누어 먹는 성찬으로 시작하고 성찬으로 끝났습니다. 

오늘 사건이 벌어진 드로아는 튀르키예 북서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바울의 전도팀은 이 지역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떠나기 전날 저녁에 이들은 떡을 떼려고 모였습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에 대해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몸소 가르치신 것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에 자기를 몸을 내어주시고 고통을 받으셔야 하셨던 이유에 대해서, 죽으신지 3일 만에 부활하신 일에 대해서 바울은 증언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고 하는 제자의 사명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고 밤이 깊어 갈 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와서 창가에 앉아 말씀을 듣던 유두고라는 인물이 졸다가 그만 3층 높이의 창문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는 신성한 자리에서 아찔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불상사를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창피할 노릇이야!”

그러나 바울이 말합니다. “죽은 것이 아니다. 아직 생명이 붙어있다.” 그리고 계속 떡을 떼고 서로 이야기하다가 날이 밝아왔습니다. 세상 사람이 보면 기겁할 일입니다. 사람이 죽는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계속 떡을 뗄 수 있을까. 그런데 날이 밝아 바울과 전도팀은 길을 나섰고, 놀랍게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유두고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 정도로 떡을 떼는 일은 초대교회 공동체 모임에 아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행전 20장에서는 유두고가 죽었다가 살아난 극적인 사건보다 성찬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떡을 떼려고 모였다.” 이 짧은 한 마디에 초대교회 성찬의 영성이 담겨있습니다. 부활을 기억하는 한 주의 첫날, 곧 주일이면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은 떡을 떼며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살을 찢기시고,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이야기를 날이 새기까지도 나눈 것입니다. 성찬은 이처럼 주님의 살과 피, 부활의 말씀이 함께하며, 성령이 임재하는 사건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입니다.

1. 떡을 떼기 위해 모였다

헬라어로 ‘크라사이’(κλάσαι)는 ‘떼다, 찢다’는 뜻이고, ‘아르톤’(ρτον)은 ‘떡, 빵’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크라사이 아르톤’이란 ‘떡을 찢다’는 뜻, 정확하게는 생명의 떡이신 그리스도 몸을 찢는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이 잡히시고, 대제사장 가야바의 뜰에서 불법적인 재판이 벌어졌습니다. 이곳에서 대제사장은 예수님에게 신성모독의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유도심문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침묵하시거늘 대제사장이 이르되 내가 살아 계신 하나님으로 너에게 명하노니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 이에 대제사장이 옷을 찢으며 이르되 그가 신성모독을 하였으니 어찌 더 증인을 요구하리요 보라 너희가 지금 그 신성모독하는 말을 들었도다”(마 26:63~65)

대제사장은 자기 옷을 찢었으나,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살점을 찢어주시고, 마음을 찢어주시고, 성전의 휘장을 찢어주셨습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찢어주셨습니다.

성찬은 이렇게 우리를 위해서 찢어주신 주님의 살과 피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믿음을 지키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 영원한 구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모일 때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어 먹으면서 성찬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것입니다. 성찬은 떡을 찢으면서 우리의 마음을 찢는 시간입니다.

2. 말씀을 밤중까지 강론하매

‘디엘레게토’(διελέγετο)라는 헬라어에는 ‘대화하다, 강론하다, 논의하다, 논증하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초대교회의 성찬모임은 논증하고 설명하며,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대화식 강론, 그야말로 제자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공동체적인 성경묵상과 나눔과 질문과 경청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우리의 찢어진 마음을 싸매줍니다. 말씀을 알아갈수록 우리는 치료받고 아물고 깨끗하게 나아서 새 생명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며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면 우리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나 때문에 주님이 이렇게 고난을 당하셨으니….” 제자들은 떡을 떼고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배신하고, 어떤 이는 도망치고, 어떤 이는 절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입니다. 사도 바울을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잡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성찬 때마다 주님의 살과 피가 떠오르고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겠습니까?

이 찢어진 마음을 싸맬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동반할 때 상처가 변하여 생명의 양식과 음료가 되는 것입니다. 로고스, 말씀으로 오신 예수님이 우리의 참 양식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해 보세요. ‘성찬은 마음을 찢는 것이고, 말씀은 찢어진 마음을 싸매주는 것이다.’

초대교회 1세기 제자들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경험하였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말씀을 통해 부활을 경험하고 치유와 회복의 능력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은혜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요?

3. 떡을 떼려 모인 곳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평등이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헬라어 ‘씨네그메타’(συνήγμεθα)에는 ‘함께 모이다, 공동체로 모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단순한 물리적 모임이 아니라 신앙의 목적을 가진 영적 연합, 영적으로 하나 된 공동체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초대교회의 성찬은 하나님 나라 됨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유대인, 이방인, 노예, 자유인 모두가 생명 양식이 되어주신 예수의 살을 찢어서 나누어 먹는 한 몸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한 마음, 한 몸,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아 각 지체가 됐습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나누며 가족, 형제, 자매가 됐습니다.

생명양식이 되신 주님의 살과 피는 세상의 신분을 무너뜨립니다.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실 때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가 되게 합니다. 성찬은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발견하는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찬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인 것을 확인하는 예식입니다.

여러분, 성찬은 단지 같은 예식을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닙니다. 주님의 몸이 찢긴 것을 기억하고, 그 말씀으로 다시 살아나며, 한 공동체로 연합되는 자리입니다. 또한 성찬의 자리에는 성령님이 충만하게 임재하시는 자리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찬을 통해 믿음으로 우리의 죄를 돌아보며 마음을 찢고, 말씀의 능력으로 치유를 경험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게 은혜와 축복과 사랑이 가득한 믿음의 가족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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