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발생한 화재로 잿더미 변한 예배당
청송 성지교회…교회·사택 흔적 사라져
청송 푸른솔교회…성도 가옥 전소 낙망
영덕 오보교회…지붕 불 타고 성도 피해
쌀쌀한 날씨에 이불 여성의류 우선 필요

청송 성지교회는 예배당과 사택이 모두 불탔다.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예배당 표지판 오른편으로 전소된 예배당이 보인다.
청송 성지교회는 예배당과 사택이 모두 불탔다.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예배당 표지판 오른편으로 전소된 예배당이 보인다.

“성도들을 대피시키려는 순간, 땅은 이미 불길에 휩싸였고 온통 연기로 가득했습니다. 사방이 불이었고, 차량 바로 옆까지 화염이 다가와 죽음과 마주했습니다. 차량에 불이 붙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온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지난 3월 25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과 청송, 영덕을 휩쓸었다. 청송 성지교회의 김대근 전도사는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기자의 눈앞에는 타버린 건물 잔해와 시커먼 재만 남아 있었다. 마을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와 형체를 알 수 없는 농기계들이 참담한 현실을 증언하고 있었다.

 

전쟁터 방불케 하는 안동 지휘본부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처소에서 강풍으로 화재가 더욱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자들이 상황을 걱정하며 하루속히 산불 재난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임시처소에서 강풍으로 화재가 더욱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자들이 상황을 걱정하며 하루속히 산불 재난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산불은 25일 오후 4시쯤 의성에서 발화한 뒤 강한 바람을 타고 안동으로 빠르게 번졌다. 안동시는 즉시 안동체육관 앞에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설치하고, 권기창 안동시장과 김경도 안동시의회 의장(안동태화교회 안수집사)을 중심으로 공무원 1500명과 소방대원, 경찰, 군병력을 총동원해 진화작전에 돌입했다.

27일 찾은 안동 지휘본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어수선한 무전기 소리, 휴식 없이 지친 소방관, 그을린 안전모와 다급히 뛰어다니는 공무원의 모습이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현장에서 구호 지원을 맡은 구세군안동교회 김기찬 사관은 “모두가 사력을 다했다”며 “강풍과 연무로 헬기가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민관군이 하나 되어 주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도 안수집사는 밤새 현장을 지키며 산불 확산 방지에 전력을 다했다. 그는 “산불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힘겨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주민 안전과 피해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장기적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급히 이동하는 김 집사의 뒷모습은 사명감으로 가득했다.

청송 성지교회 푸른솔교회 ‘망연자실’

청송의 한 사과 저장창고가 화마로 인해 건물이 잿더미가 되었다. 산불로 인한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송의 한 사과 저장창고가 화마로 인해 건물이 잿더미가 되었다. 산불로 인한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25일 오후 4시 35분, 불길은 청송으로 향했다. 파천면과 주왕산면 일대는 몇 시간 만에 화염에 휩싸였고, 피해 면적만 5000ha에 달했다. 사망 3명, 실종자와 중상자도 발생하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27일, 청송 성지교회로 가는 길은 처참했다. 교회는 현판을 제외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변 산림은 모두 불에 탔다. 김대근 전도사가 살던 사택은 여전히 연기를 뿜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한참을 불타버린 교회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김대근 전도사는 “2008년부터 손으로 직접 수리하며 성도들과 함께 일군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성지교회는 25인승 차량을 임시 예배 장소로 사용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푸른솔교회(박신인 목사) 성도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조충호 은퇴장로, 신필희 성도, 윤재형 성도의 집이 전소됐고, 정수경 집사의 집도 반파됐다. 성도들은 전소된 집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평생을 쏟아부어 만든 집이 하루아침에 재만 남았다”며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구호품 마련 늦어져 추위에 떨기도

영덕 오보교회도 사택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오보교회 김병상 목사가 타버린 교회 상황을 보며 망연자실해 있다.
영덕 오보교회도 사택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오보교회 김병상 목사가 타버린 교회 상황을 보며 망연자실해 있다.

불길은 영덕과 동해안까지 미쳤다. 영덕 오보교회(김병상 목사)는 교회 지붕과 전기판넬, 창고가 불에 타 피해를 입었다. 성도들의 피해도 컸다. 박옥점 권사와 박춘봉 집사는 자택이 전소됐으며, 윤금순 장월성 이말란 집사는 집 옆 창고가 불에 타 아슬아슬하게 화마를 피했다.

영덕의 대피소는 급하게 마련된 임시처소여서 난방과 생필품 등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이재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불편한 상황보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영덕의 대피소는 급하게 마련된 임시처소여서 난방과 생필품 등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이재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불편한 상황보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급히 찾아간 영덕국민체육센터 등 대피소는 초기 구호물품마저 부족했다. 주민들은 급히 닥친 재난에 옷은커녕 마실 물과 이불조차 없었다. 대피소 구석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할머니, 이불을 두고 다투는 주민들의 모습은 재난 현장의 어려움을 말없이 증언했다.

박현진 집사(대구충성교회)는 “어머니가 아무것도 못 챙기고 나오셨다. 어르신들이 많아 장기적인 지원과 돌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민 김명희 씨도 “불이 너무 빨라 생필품조차 챙기지 못했다”며 교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산불 피해는 단기적인 구호활동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삶의 터전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안동, 청송, 영덕의 성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다.

영덕을 떠나가는 길. 해가 져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헬리콥터와 소방차, 구호차량이 쉼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산불의 현장 고난의 길 한 가운데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오늘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산불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현장에 교회들이 발 빠르게 달려와 섬김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도들과 함께 걸어가기를 기대한다.

산불 피해자 위로헌금 계좌: 국민 829-01-0291-028 대)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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