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에 시작 ‘양봉·염소사육’
‘무속신앙’ 이기기 위해 동양철학 공부
“도전 가운데 나갈 길 열어 주십니다”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면 산속 깊이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는 농장을 보게 된다. 산으로 둘러 쌓인 그곳에 누가 일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도시에서 태어난 이에게는 멀리서 바라보게만 되는 장소다. 2월 12일 안동역 앞, 파란색 트럭 안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강진구 목사(안동 북문교회)를 처음 만났다. 차에 오른 뒤 15분쯤 이동했을까, 강 목사를 따라 내린 곳은 고속도로가 바로 앞에 보이는 인적 드문 농장이었다.
“1991년 대구신학교를 졸업하고 95년 총신대신대원을 마친 후, 안동 수동교회와 예안동부교회에서 교역자로 시무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하나님 품으로 갈 때, 어떤 일을 하면 가장 좋아하실까’ 생각해 보니, 그것이 개척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15년 동안 사역하며 모아둔 3000만원을 들여 안동 북문교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강 목사는 개척 3년 차부터 교회 운영이 어렵게 되자 인적이 드문 토지를 빌려 양봉을 시작했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교회를 개척할 때까지 양봉하게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따르니,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인근 대학에서 진행하는 양봉 수업을 받고 인터넷을 찾아가며 공부했습니다. 간간이 도와주는 지역 교회 목회자들의 후원금과 내외 친지들로부터의 지원이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양봉이 점차 어려워지자, 어릴 때 염소를 키우던 경험을 살려 7년 전부터는 염소 농장을 시작해 현재는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목회자가 밤에는 설교 준비를 하고 낮에는 염소 농장을 하느냐 생각하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렇게 일하면서 목회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북문교회에는 현재 2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개척한 지 15여 년이 지났지만, 교회의 중심이 되는 일꾼은 강 목사의 가족들이다. 안동은 인구 15만 중 3분의 1 정도가 무당이나 점집을 찾는 무속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유교와 불교, 거기에 무속신앙까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지역인 만큼, 성도들은 교회를 왔다가도 금세 이탈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부터 예수만 믿던 강 목사는 이들을 이해하고 전도하기 위해 목회자 신분으로 동양철학과에 편입하기도 했다. 재학 당시 교수 식당에 들러 교수들과 식사하며 동양철학에 대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점집에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복음을 설명했다.
“안동은 교회가 정착하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 개척교회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는 일을 해야 교회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개척 당시 갖게 된 빚, 세 자녀를 키우며 들어갔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선교지를 지원하는 일은 멈출 수 없습니다. 북문교회는 아직도 미래자립교회지만, 저 같은 어려움을 가진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을 위해 염소 사육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신앙은 모험 아닙니까? 도전하면 막막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