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목데연, ‘한국기독교 장래 인구 추계’
2030 급감 반면에 70세 이상 유일 비중 증가
"현실 직시 절망 아닌 반전ㆍ재도약 기회로"
교단마다 총회를 진행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보고서에 담긴 교세 통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2010년대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어느 교단을 불문하고 교인 수 감소가 이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저출생 등 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재정 비리와 성 추문 등 내부적인 문제들이 잇따르면서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침체를 넘어 쇠퇴기를 겪는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가 주목할 만한 통계가 발표됐다. 교단총회에서 공개되는 교세 통계가 현재를 볼 수 있는 자료라면,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측한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장종현 목사)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가 2050년까지 예측한 ‘한국기독교 장래 인구 추계’를 내놓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한 한국교회 주요 14개 교단으로부터 과거 22년간(2001~2022년) 교세 통계 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했으며, 예측을 위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는 전국/시도별 추계 인구 통계 데이터를 사용했다. 정교성을 높이려 전국의 만 19세 이상 국민 4751명과 중고생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도 진행했다. 분석은 조사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과 연세대학교 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과(김현중 교수팀)에 의뢰해 실시했다.
교회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시선은 희망을 그리기보다는 ‘과연 앞으로 교세는 얼마나 더 줄어들 것인가’에 쏠린다. 조사 결과, 2024년 16.2%인 기독교인 비율은 이후 지속해서 줄어 2050년엔 불과 11.9%로 예상했다. 대략 국민 10명 중 1명만이 기독교인이라는 의미다. 수치로 보면, 현재 약 828만명인 기독교인의 수는 26년 뒤엔 32%가량(268만여 명) 감소한 56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걸로 보인다. 감소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현재부터 향후 15년 정도는 0.5% 이내 비율로 서서히 줄어드는 감소율은 대략 2038년을 기점으로 1%대로 벌어지고, 2043년엔 2%대, 2047년에 접어들면 3%대까지 커진다.
단순히 기독교인 수의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인의 연령대/세대별 구조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전체 기독교인의 구성비는 4050세대(30.4%)와 60대 이상 노년층(28.9%)이 비슷한 수준이다. 2030세대(26.0%) 역시 상대적으로 적긴 해도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2050년에는 60세 이상 기독교인의 비중이 43.9%까지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됐다. 이때 2030세대는 16.7%로 쪼그라든다. 사실상 기독교인 10명 중 4~5명은 노년층 성도라는 이야기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게 그 이유다.
해당 기간 2030세대 기독교인 수는 가장 급격히 감소한다. 2024년 215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30년 이후 200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2050년엔 100만명대마저 무너져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94만명으로 감소가 예측된다. ‘허리 세대’인 4050세대 기독교인의 비중은 26.9%로, 2030세대와 비교해 완만한 하락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숫자로는 100만명 이상 감소가 그려지는 결과다. 반면 동 기간 60세 이상 기독교인 수는 240만명(2024년)에서 계속 증가해 2042년 정점인 281만명에 도달할 걸로 보인다. 이후에는 60세 이상에서도 감소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2050년엔 현재와 비교해 6만명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임성빈 박사(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60대와 70대는 교회의 다수로서 존재한다. 이때 젊은 세대의 이탈, 혹은 노인 세대의 소외는 자연스런 현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세상 안에 존재하나 세상에 속하지 아니한 영적 공동체인 교회에서 젊은 세대는 노인층을 존중하며, 노인층은 자기 경험과 지식을 절대화하지 아니하고 꿈을 꾸듯이 교회 안의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며 모든 세대를 포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또한 교회는 이러한 소통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고민이자 관심인 다음세대는 어떨까. 전체 기독교인 대비 어린이/청소년 기독교인 비중은 2024년 14.7%에서 2034년 13.3%, 2050년에는 12.5%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청소년 기독교인 수는 2024년 122만명에서 2050년에는 현 수준의 57%인 7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어린이/청소년 수의 감소는 사회적인 저출생 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단순히 그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세대 내 기독교인 비율의 감소도 확인된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의 영유아 및 초중고 학령인구(중위추계) 전망치에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해 보면, 0~10대 어린이/청소년 중 기독교인의 비율은 17.8%(2024년)에서 15.3%(2050년)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추계는 연령대/세대별 예측 외에도 지역별로도 전망했다. 2024년 기준 전체 기독교인 수 대비 각 지역 비중은 수도권이 60.4%를 차지하고 뒤를 이어 영남 14.8%와 호남 10.9%, 충청 10.7%, 기타 3.1%(강원 2.6%, 제주 0.5%) 등의 분포를 보였다. 이것이 2050년에는 수도권(64.0%), 충청(11.7%), 영남(10.9%), 호남(10.4%), 기타(3.1%) 순으로 변화된다. 국가적 과제인 수도권 과밀화가 교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충청 지역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역별 기독교 인구 감소율을 보면, 감소 폭은 호남(10.9%→10.4%)보다 영남(14.8%→10.9%)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도시 규모별로 볼 때, 2024년 368만명인 대도시 지역 기독교인 수는 줄곧 하락해 2050년 225만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농어촌의 경우 기독교인 수가 2024년 56만 명에서 2037년 59만 명까지 다소 증가했다가 그 이후 서서히 감소하여 2050년에는 48만 명으로 예측했다. 아무래도 노인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농어촌 지역 기독교인 수의 감소폭(14% 감소)이 대도시 지역 기독교인 수의 감소폭(39% 감소) 보다 낮았다.
조사를 주관한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기독교인 수의 감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교회 유지의 문제, 신학교 교육의 문제 등 다양한 고민거리를 안겨 주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한국기독교 교세 추계’ 결과가 현재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예측된 미래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반전, 재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이번 조사의 책임 대표를 맡은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오정호 목사 역시 “일각에서는 조사하지 않아도 이미 체감하고 있는 문제를 드러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면서 이 시대 한국교회를 보듬고 있는 우리는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보다 나은 길을 모색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라며 “우리는 이 추계 결과를 보면서 절망하기를 원치 않는다. 많은 이들이 ‘전도가 되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부흥의 역사를 쓰고 있는 교회’들이 많듯, 한국교회 모두가 하나님 사랑을 회복하고 복음에 헌신하며 변화를 위해 새로운 전도에 열중하면 이 통계를 뒤집으시는 하나님 능력의 역사를 보게 되리라고 확신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