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
대통령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출제 배제” 발언으로 인해 수능 난이도 논란이 일고 있다. 소위 ‘킬러 문항’ 대책을 둘러싸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지자, 당정협의회 후에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안의 가장 큰 문제는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인한 혼란이 아니다. 킬러 문항보다 더 심각한 사교육비 폭증과 공교육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겠다는 것이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와 사교육비 경감은 맞물릴 수밖에 없다. 공교육 경쟁력이 올라가면 당연히 사교육은 감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다양화를 명분으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고등학교 유형 단순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일괄 전환 정책이 소모적인 서열화 논쟁을 일으켜 고교교육 혁신을 미흡하게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결정은 우리 사회를 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끌 것이며, 고교 서열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 확실하다.
현재 자사고-외고-국제고는 학교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상급학교 진학의 도구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고교 서열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고 일반고의 교육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대비반이 생겼다.
현재와 같이 고교 서열체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에 전면 시행되면,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과 사교육 폭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고1 공통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전환은 없던 이야기가 되면서 석차 9등급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고교학점제 또한 기형적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고교 내신과 수능 모두 어떤 변화도 없이 견고한 상대평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 것이다.
공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예정대로 2025년에 일괄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고1 공통과목 석차 9등급제를 폐지, 제대로 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정시 40% 권고조치 철회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진행해야 한다.
촘촘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체제와 고교 서열체제를 견고히 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 기본 인성교육 강화나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은 현장에서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학생이 함께 모여 공동체성을 키워야 할 시기에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상호 이해의 민주주의에 큰 해가 될 것이다. 공동체성이 무너진 사회와 나라에서 교회와 신앙 역시 설 자리를 잃을 것이 분명하다.
학교 서열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한경쟁하고 있다. 그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폭력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학교와 사회는 결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 자녀인 학생들을 위해서 교회가 사교육 근절과 공교육 강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