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중심 예배 프로그램 ‘구경꾼’ 만 키운다

흥미 중심 예배 프로그램 ‘구경꾼’ 만 키운다
주일학교 예배 세속화로 복음 사라져 … “어린이 신자 예배서 하나님 만나게 해야”

어린이 예배에서 하나님이 사라지고 있다. 각종 영상과 도구를 활용해 어린이들의 시각을 사로잡고 있지만 정작 복음이 없는 예배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보는 예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강정훈 목사(늘빛교회)의 <교사, 다시 뛰자>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 예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올바른 예배를 제시한다.<편집자 주>

“오빤 강남스타일.” 어린이들이 흥겨운 음악에 몸을 흔든다. 인도자는 흥을 돋우면서 말춤을 선보인다. 이곳은 공연장도 아니고, 학교 모임도 아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 예배당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2012년 여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국을 휩쓸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의 말춤에 모두가 매료됐다. 문제는 주일학교도 문을 열었다는 것. 일부 주일학교가 여름성경학교와 주일예배 때 말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

교회교육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세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찬양 기도 설교를 근간으로 한 어린이 예배가 더욱 확고하게 다져져야 할 때다.
교회교육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세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찬양 기도 설교를 근간으로 한 어린이 예배가 더욱 확고하게 다져져야 할 때다.

이 소식을 접한 강정훈 목사는 경악했다. 위기의 다음세대를 살리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이해되지만 본질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월간지 <교사의 벗>에 ‘강남스타일 교회 패러디, 문제 있다’는 특집을 구성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별의별 패러디가 생겨났죠. 당시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회교육 현장에 무분별하게 도입되어 흥겹게 춤출 때 긴급하게 특집을 꾸몄습니다. 특집에서는 <강남스타일>뿐만 아니라 주일학교가 흥미만을 위해 일반 대중문화를 너무 쉽게 차용하고 패러디하는 현상에 브레이크를 밟아주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위기 대안 아니다”

주일학교가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 출산율 급감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프로그램을 도입하다가 빚어진 현상이다.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 제로(0.98명) 시대를 맞아 문 닫는 주일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주일학교들이 살아남기 위해 흥미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교회 유초등부는 2년 전 여름성경학교 때 곤혹을 치렀다. ㄱ교회교육단체가 제작한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ㄱ교회교육단체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접목해 성경 이야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ㄱ교회교육단체의 교재나 행사프로그램 어디에도 복음이 들어있지 않았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와 그들의 삶은 재미있게 구성했지만, 정작 교회교육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는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A교회 유초등부 교사들은 자체적으로 교안을 새롭게 만들고, 교재도 다시 구성했다. 여름성경학교를 마친 후에는 교사회의를 열고 ㄱ교회교육단체에 항의해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A교회 주일학교 ㅈ교사는 “ㄱ교회교육단체의 교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흥미로웠다. 하지만 교회교육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빠져 있어서 황당했다”면서 “최근 주일학교 교재들이 본질을 벗어나 재미 위주로 흐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신자 예배서 하나님 만나야”

어쩌면 어린이 예배가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2007년 양금희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가 예장통합 주일학생 학부모, 교사 등 11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의 30.7%가 ‘말씀 듣는 설교 시간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이어 25.9%가 ‘성경공부 시간이 싫다’고 응답해 주일학생의 절반 이상이 설교나 성경공부 시간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주일학교의 핵심인 예배와 성경공부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사용돼 왔다.

그래서 교회들은 주일학교 예배 형식을 바꿔나갔다. “아이들이 지루해한다”면서 설교와 성경공부를 이벤트 형식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교회교육 전문가들은 “과도한 이벤트와 흥미 위주의 예배는 오히려 교회교육을 침체시킨다”고 지적한다. 교회학교성장연구소 박연훈 목사는 “주일학교의 진정한 위기는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정훈 목사도 “이런 세속적 요소들은 그나마 남아있던 영성마저 바닥을 드러내게 하는 원인”이라면서 “재미나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어린이 신자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예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교육 현장의 반응도 “본질을 붙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양금희 교수의 설문에서 응답자의 67.7%가 “주일학교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따라서 주일학교 부흥 방안은 “세상교육과 구별되는 사랑과 관심, 기도로 교육해야 한다”(45%) “신앙교육의 특성과 본질을 살려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24%) 등이 제시됐다.

“어린이 예배가 부흥해야 주일학교도 부흥합니다. 교회 시설과 교재가 좋아지고 교사의 지적 수준이 높아졌지만 예배라는 본질을 놓쳤기 때문에 교회교육이 무너진 것입니다.” 강정훈 목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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