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늘고 있는 추방 사례 불구, 귀국 후 거주지 마련조차 힘들어
파송교회와 관계도 곤혹 … “재배치 관점서 인내심 갖고 기다려 줘야”


최근 동북아 한 국가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대거 추방당한 것을 비롯,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선교사 추방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방 선교사들에 대한 멤버케어가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선교지에서 추방당해 지난 1월말 한국에 입국한 A선교사는 “아직도 멘붕 상태”라며 충격 정도를 설명했다. A선교사는 12월 말 현지 경찰로부터 가택수색을 당하고 세 차례나 취조를 받았다. 마지막 취조 후 열흘 만에 10여년 넘게 했던 사역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급하게 돌아와야 했다.

A선교사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료들과 선교대상자들에게 피해는 안 갈지, 철수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사역 정리와 이양은 어떻게 해야 할지, 파송교회는 어떻게 판단할지, 앞으로 어떤 사역을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고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김진대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은 “추방은 선교사 개개인에게 정체성과 사역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리는 상황으로, 어느 위기 상황보다 멤버케어가 철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추방 선교사들이 추방 과정은 물론이고 귀국 후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가장 첫 번째가 귀국 후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추방 선교사 거처는 파송교회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게스트하우스 자체가 없거나 따로 거처를 마련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선책으로 선교사들은 파송 받은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 그리고 일부 교회들이 운영하고 있는 선교사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데, 그나마 극히 일부 선교사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숫자가 적다. 이번 같이 일시에 대거 추방을 당할 경우에는 입주가 더 어렵다.

총회세계선교회(GMS) 경우에도 긴급하게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황을 알리고 게스트하우스 입주를 수소문해야 했다.

어렵게 게스트하우스에 입주한다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추방 선교사들의 경우 심신의 안정과 전략적 재배치를 위해 적어도 최소한 3개월에서 1년가량 거주할 곳이 필요한데, 현재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이 입주 기간을 1∼2달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선교사들은 가족과 함께 한 달 단위로 게스트하우스를 옮겨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멤버케어의 가장 기본은 의식주 문제인데, 그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게스트하우스 문제는 한국 선교계 전체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몇 천 명이 은퇴를 할 텐데, 교단과 선교단체들이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선교사는 게스트하우스 문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선교사가 파송교회에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달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스템적으로 파송단체에서 렌트를 해주거나 이에 필요한 위기관리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최근 들어 중국과 네팔, 인도, 중동 등 전세계적으로 선교사 추방 사례가 늘고 있다. 선교계에서는 추방된 선교사들에게 충분한 안정 기간이 필요하며, 전략적 재배치를 위해 파송교회와 선교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중국 가정교회 모습.

전략적 재배치와 관련해 파송교회와의 관계도 어려움이다. 자칫 추방이 후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선교사는 “추방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한두 달 머물면 파송교회에서 왜 안 나가냐고 묻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설명했다. 실제 이번에도 추방된 선교사들에게 파송교회가 후원을 중단하거나, 아무 대책 없이 사역을 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선교 전문가들은 파송교회들이 멤버케어와 사역 재배치 관점에서 6개월이나 1년 정도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대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담임목사의 인식이 중요하다. 선교사 추방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사역을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배치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S 멤버케어 담당자는 “교회가 단순히 추방당한 상황만 볼 것이 아니라 선교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나라마다 이민자, 노동자, 유학생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있어 사역할 곳이 많다. 추방당했다고 사역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아프간 피랍사태 후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들마다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해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 추방당한 한 교단선교부 소속 선교사는 “본부에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전화 통화까지 다 감청되는 상황에서 연락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선교사를 파송한 본부에서는 선교사의 연락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장에 인력을 급파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멤버케어가 아닌가?”라며, 이번 동북아 대규모 추방 사태가 선교사 멤버케어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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