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알두레학교 학생들의 공동체 정신이 최대한 확장되는 계기는 ‘우리 땅 즈려밟고’라는 이름의 국토순례 여행을 통해 마련된다.

공동체 정신으로 탄탄한 연대 ‘환상의 호흡’
교육과정에 ‘희생과 봉사’ 정신 녹여 … 학교·교회·가정 한마음 창의적 교육 진력


밀알두레학교(교장:정기원)에서 아이들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친구들과 나란히 커 나가고, 선후배들과 서로 끌고 밀어주면서 자라며, 교사 그리고 부모들과도 함께 성장한다. 그냥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실제로 한 가족, 한 공동체처럼 공존한다는 뜻이다.

학교 안에는 학령에 따른 학급 뿐 아니라 ‘밀알형제모임’이라는 또 다른 그룹들이 존재한다. 초등학교 신입생 과정인 1학년에서부터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은 모두 14개 그룹의 형제모임에 교차하여 소속된다. 형제모임을 통해 형 누나들의 보살핌을 받고, 어린 동생들을 이끌기도 하면서 하나의 대가족을 경험하는 것이다.

신입생 입학식 때부터 형성되는 형제모임의 우애가 절정을 이루는 것은 매년 5월 이루어지는 3박4일 일정의 여행을 통해서이다. ‘우리 땅 즈려밟고’라는 이름의 이 여행은 학생들이 스스로 힘으로 추진하는 답사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은 단지 안전요원 자격으로 동행할 뿐이다.

학생들 스스로 직접 여행지와 방문일정, 구체적인 활동계획까지 모두 정해서 실행하다보니 학생 서로 간의 협동심, 신뢰와 배려, 책임감과 순종 등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 부대끼며 갖은 난관을 이겨내고 일정을 마치고 나면, 학생들은 개인적으로는 물론이요 공동체적으로도 한 뼘씩은 더 자라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공동체 정신은 ‘밀알두레’라는 학교 명칭에서부터 그 지향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성경에 드러나 있듯 ‘밀알’은 희생과 봉사를 상징하고, 우리 민족의 고유 미풍양속인 ‘두레’는 협동과 자조정신을 대변한다. 밀알두레학교 교육과정에는 이 두 가지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앞서 설명한 형제모임과 밀알두레마을 활동(박스기사 참조) 등이 두레정신을 대표한다면, 밀알정신을 드러내는 것은 평화와 나눔의 교육이다.

밀알두레학교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밀알모금가’로서 역할이 부여된다.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미션을 실천하고, 학급 단위로는 나눔저금통을 활용해 ‘100원의 기적’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이와 별도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나눔축제와, 나눔의 삶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나눔주간이 마련된다. 이런 배움과 실천을 통해 거둔 수익금으로 학교 인근 마을을 가꾸고, 동네 어르신들이나 복지센터 등을 섬기는 활동이 펼쳐진다.

▲ 텃밭을 가꾸며 농사체험을 하는 어린이들. 밀알두레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주어진 직업활동을 통해 사회성과 경제관을 키우고 있다.

평화와 나눔의 교육은 해외로도 향한다. 태국 빈민촌의 한 학교와 결연을 맺고, 밀알두레학교 학생들과 태국 학교의 학생들이 일대일 교류 및 지원관계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교육활동이다.
또한 중국 항주 녹성육화소학교, 일본 와코소학교 등 자매학교들과 공동으로 2007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평화배움주간’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세 나라를 돌아가며 방문해 평화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홈스테이를 경험하도록 한다.

정기원 교장은 “역사적 격동과 대립이 심했던 한중일의 관계를 개선시키는데 일조하고, 민족적 갈등과 배타의식을 변화시켜보자는 뜻에서 세 학교가 마음을 모은 활동”이라면서 “올해로 10년째 평화배움주간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지구촌 평화에 대한 의식이 크게 높아진 것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 교회 학교 가정이 연계된 철저한 신앙교육은 밀알두레학교의 최대 강점이다.

사실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의 교육활동은 공교육 현장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대안학교에서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밀알두레정신’이 교사와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에게까지 공유되어있기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밀알두레학교의 학부모들은 신앙적으로, 정신적으로, 교육적으로 학교와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또다른 부모 역할을 감당하듯, 부모들 또한 가정을 또다른 학습현장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에 기꺼이 참여한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캠프나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전반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의견을 개진하는가 하면, 어린이날을 즈음한 체육대회는 아빠들이 직접 모든 준비와 진행을 총괄하는 등 교육주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손수 개발한 ‘포디 프레임’이라는 교육도구를 학교에 공여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실험정신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밀알두레학교와 한 몸을 이루는 예수길벗교회는 교사와 학생들을 신앙적으로 돌보며, 하루 세 번 기도하는 다니엘기도운동, 아침묵상, 말씀산책 등을 통해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도록 도움을 준다.

이처럼 학교 교회 가정이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모습은 총회 학원선교위원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트로이카 선교전략’의 모델로서 부각되는 중이다. 밀알정신, 두레정신 그리고 예수님의 마음을 세상에 전파하려는 소망들도 아이들과 함께 자라난다.

점심시간, 작은 마을로 변신하는 학교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가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와플가게가 문을 열고, 방송국이 가동되며, 상점들이 영업을 시작한다. 은행에서는 환전 업무에 바쁘고, 경찰들은 이곳저곳 순찰을 돌며 질서를 유지한다.

‘밀알두레마을 활동시간’이라 불리는 이 시간 동안은 마치 학교가 하나의 마을로 변신한 것처럼 보인다. 밀알두레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도서관 사서, 신문사 기자 등 각자 선택한 16가지 직업군에서 자율적으로 역할을 감당한다. 때로는 학생들끼리 새로운 업종을 창업해, 마을 안에 점포를 개설하기도 한다.

이 시간을 위해 전통화폐 단위인 ‘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안에서만 통용하는 지폐를 따로 만들어 사용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일 수도, 마음대로 쓸 수도 있다. 만약 질서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가 경찰에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스페인에 존재했던 어린이들의 나라 ‘벤포스타’에서 착안한 이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은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미리 경험해본다. 직업체험과 경제교육 그리고 사회성훈련의 효과를 동시에 거두는 다목적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밀알두레마을을 통해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각자가 얻은 소득으로 학생들은 정기예배 시간에 십일조를 낸다. 그리고 이 헌금은 다시 컴패션을 통해 태국 극빈층 어린이들을 돕는 사업에 사용된다. 경제교육이 신앙교육 그리고 공동체교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정기원 교장은 “예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학급에서 운영해 본 결과 좋은 효과가 있어, 밀알두레학교 개교 후에는 학교 전체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게 됐다”면서 “밀알두레마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이자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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