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동명고등학교의 저력은 교사와 학생 사이 멘토링을 통해 형성되는 끈끈한 신뢰와 애정이다. 사진은 스승의 날 세족식.

튼튼한 멘토링 시스템, 사랑교육 동력되다
학교 구성원간 끈끈한 멘토 관계 작동, 교육 혁신 이끌며 ‘긍정의 인재’ 양성 밑거름으로


아이들에게 학교가 왜 좋냐고 물었다. “선생님들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한다. 이번에는 교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들이 예뻐서요”라고 한다.

광주 동명고등학교(이사장:최기채 목사·교장:이선주)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마찰이 벌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툭하면 벌어지곤 하는 교권침해나 교내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적어도 이 학교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 사제간 멘토링 결연이 이루어지는 모습.

선생님 말씀을 하나님 말씀이나 부모님 말씀처럼 순종하자는 ‘YES 동명고!’ 캠페인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동명고의 자랑 중 하나인 멘토링 효과가 튼튼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기가 되면 동명고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는 멘토링 체제가 새롭게 구축된다. 예수님께서 열두 명의 제자들을 따로 택해 돌보셨던 것처럼, 동명고 교사들도 정규수업 외에 자신의 조력이 필요한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주요 과목 중심으로 학습멘토링이 전개되는가 하면, 체험학습 등을 함께하는 생활멘토링이나 신앙멘토링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때문에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는 개인별 맞춤수업이나 고민·진로 상담 등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들을 공유하면서 공식적인 사제관계 이상의 끈끈한 신뢰와 정이 쌓이게 된다.

▲ 개인별 맞춤 수업.

3학년 학생 네 명을 상대로 멘토링을 한다는 국어과 이소망 교사는 “신앙멘토로서 말씀묵상을 나누기도 하고, 각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생각난 말씀 구절들을 적어 편지로 써주면서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유익한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매년 2학기 체험학습은 아예 학교의 지시나 도움 없이 교사와 학생들끼리 주제와 일정을 정해 진행한다. 지난해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13개 팀별로 영산강 자전거종주, 미디어 소풍, 군산문학여행, 무등산 둘레길 걷기 등 다채로운 주제를 가지고 체험학습을 실시한 바 있다.

학생들은 ‘주제별 테마학습’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실을 벗어나 자연과 문화 속으로 뛰어들면서 선생님과 더 자유롭고 심도 깊은 멘토링 기회를 갖는 동시에, 마음 가득 긍정의 에너지를 채우는 경험을 한다.

본인 스스로도 현재 학생 2명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선주 교장은 “우리 학교 아이들은 비교적 자기주장이 분명한 성향이지만 그렇다고 선생님 앞에서 대들거나 무례히 구는 경우는 없다”면서 서로를 향한 존중의 문화가 멘토링을 통해 튼튼하게 형성된다고 말한다.

▲ 다양한 멘토링 활동 모습과 주제별 체험학습.

멘토링은 사제간 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진행된다. 선배들이 신앙적으로나 학습적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물론이고, 멘토 관계를 이루고 있는 선후배들 간에 점심식사를 함께하거나 교내 배드민턴대회 같은 행사에 함께 출전하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기숙사생들의 자발적인 운동장 기도모임이나, 저녁 자율학습을 마친 후 이루어지는 태멘 찬양기도모임은 바로 선배들의 신앙적 멘토 역할의 결실이자, 지금도 후배들에게 흘러가는 샘물 같은 전통이다.

특히 또래들 간의 멘토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동명고의 남다른 모습이다. ‘또래멘토링’은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생긴 심각한 고민들을 어른들보다는 친숙한 또래들에게 더 기탄없이 털어놓는다는 데서 착안한 제도이다.

‘위클래스’를 통해 상담을 담당하는 교사가 직접 학생들의 멘토링 훈련과정을 지도해서, 학급별로 ‘또래멘토’를 세운다. 또래멘토들은 친구들의 문제를 비교적 초기에 발견해서 적절하게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선생님으로부터, 선배들로부터, 또래 친구들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마련이다.

▲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이웃을 사랑할 힘도 갖는다. 동명고 학생들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 동명고 학생들이 반드시 거치는 행사가 ‘김장체험’이다. 자신들이 직접 학교 텃밭에서 키워온 배추로 김치를 담아 인근 독거노인 세대에 전달하는 행사이다. 추수감사절 예배 때 바친 헌금과 자체 바자회 수익금으로 홀로 계신 어른들을 위해 생필품을 구입해 전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봉사활동 외에도 개인별 혹은 동아리별로 활발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벽화동아리 ‘한우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벽화를 그려주는 봉사를 하는 한우리 멤버들의 선행은 벌써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많은 요청이 들어와 오죽하면 교내 시설들을 장식할 벽화 그릴 시간이 없을 정도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따뜻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이런 상황이니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정은 또 얼마나 클까. 동명고 구성원들 사이에는 ‘애교심은 학교 급식실에서 먹어치운 식판 수에 비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학교를 떠난 후에도 틈만 나면 찾아와 은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후배들의 진로를 위해 조언하며 또 다른 멘토 역할을 하는 졸업생들의 모습에서 그런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종강이나 군 휴가 때면 집으로 돌아가기 전 모교부터 찾아오는 졸업생들이 많아 대학 방학철이 시작되면 동명고에는 거의 매일 선배들이 방문이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첫 월급을 후배들의 장학금에 써달라며 기부하거나, 결혼 상대자를 데리고 인사를 오는 졸업생들도 종종 있다.

졸업생들은 고등학교 시절의 따뜻한 경험이 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 졸업생은 ‘선생님들이 마음으로 키워주신 결과’라는 고백으로 교사들을 뭉클하게 했다.

학생들의 피드백은 교사들을 더욱 힘나게 한다. 동명고등학교가 두 차례 연속 ‘빛고을혁신학교’로 지정받는 개가를 울릴 수 있었던 데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구와 탐사를 통해 프로젝트수업, 거꾸로학습, 하브로타수업, 디귿자수업 등 혁신적 수입을 도입하며 운영하는 열의를 보여준 덕분이다.

여기에 학교의 모체인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의 전폭적 지원과 학부모들의 기도후원도 큰 몫을 한다. 교목인 최종휴 목사는 “매년 봄 교회에서 열리는 동명고 헌신예배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학부모기도회는 학교가 영적으로 든든히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세워주고, 학생들은 다시 교사를 세워주는 선순환 속에서 동명고는 이제 개교 18년째를 맞이한다. 그 속에서 교지의 이름처럼 ‘또 하나의 열매’는 싱그럽게 영글어가고, 자신들이 뛰어드는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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