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기독학교 학생들에게 급우들은 공부동료나 놀이친구만이 아니다. 인격적으로 교류하고,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며 평생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된다.
살가운 공동체 교육 ‘진짜 친구’를 만나다
‘성품교육’ 통한 인격적·감성적 학습환경 강화,
‘미션스쿨’ 아닌 ‘대안이 있는 학교’ 만들어가

신설된 ‘교육2’ 지면에서는 매월 첫 주 전국의 기독대안학교를 찾아가 그곳에서 희망을 일구는 사역들을 소개합니다. 기독대안학교가 낯설고 부담스러운 도전 과제가 아니라, 다음세대와 우리 사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사역임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공립학교에 다니다가 옮겨온 3학년 수현이(가명)는 입학한 후 가장 좋은 점으로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같은 학년이 고작 8명밖에 안 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급당 30명이 넘는 일반학교 때보다 친구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는 대체 무슨 뜻일까.

우리기독학교(이사장:박만규 목사·교장:김신아)에서는 학생들끼리의 인격적이고 감성적인 교류가 풍부하다. 그래서 같은 반 급우들을 자신과 다른 존재라든지 심지어 경쟁대상으로 느끼는 일 없이, 서로 돕고 함께 자라는 ‘절친’으로 인식한다.

▲ 연극수업을 통해 우리기독학교 어린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깊이 이해하는 훈련을 한다.

친구들은 같은 학년 급우들만이 아니다. 학령별 통합수업이나 전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주 어울릴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학년이 달라도 같이 배우고 뛰어놀면서, 마치 한 골목에서 자란 친구들처럼 죽마고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수현이가 이곳에서 만난 ‘진짜 친구’들은 예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존재들이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학습동료나 놀이친구 그 이상이다. 우리기독학교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인 ‘교육연극’ 과정에는 친구 흉내내기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정한 급우를 일주일 동안 주도면밀하게 관찰한 후, 친구가 가진 개성을 똑같이 표현해보는 것이다.

‘하우스체인지’라는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흥분을 일으키는 이벤트이다. 익숙한 자기 집을 떠나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생활하는 것이다. 상당수 가정이 한 자녀뿐이고, 이웃과의 교분도 원활하지 않는 풍토에서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대가족을 경험하는 설렘을 선사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형제애를 만끽하고, 공동체를 경험한다.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인 성품교육을 통해 배려 관용 절제와 같은 덕목을 익힌 아이들은 최우선적으로 친구관계에서 이를 적용하고 실천한다.

“신입생 중에는 한글이나 셈법 등을 미처 못 떼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데 반 친구들이 곁에서 세심하게 가르치고 이끌어 주다보니 적응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죠. 어떤 친구에게 무슨 어려움이 생겼다 하면 우르르 몰려 도와주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곤 해요.”

김신아 교장의 설명처럼 우리기독학교의 교실 풍경은 정답고 따뜻하다. 학생들의 표정 또한 한 결 같이 밝고 활기차다.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처음 보는 아이들의 공손하면서도 씩씩한 인사세례에 쩔쩔매는 경험을 한 번씩 하게 된다.

교육대 교수 경력을 가진 김 교장은 자신이 몸담아온 현장에서 한계를 느끼고 대안학교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한다. 이기심이 학생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까지 지배하고, 동성애 같은 개념들이 무방비로 어린아이들 앞에 노출되는 공교육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형으로서의 학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학교의 모습을 고민하던 중 와우리교회 박만규 목사를 만나 우리기독학교 설립에 참여한 것이다. 와우리교회는 2013년부터 개교에 착수하면서 교회당 2층 전체를 우리기독학교에 내놓았다. 널찍한 체육관 겸 강당을 새로 꾸미고, 도서관 음악실 영어학습실 같은 특별교실도 설치했다.

당초에는 중고등학교를 생각했다가 기독대안학교의 학습효과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좋다는 것에 착안해 초등학교 설립으로 선회했다. 결과적으로 교회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해하는 학교가 탄생했다.

박만규 목사는 “전통적인 미션스쿨 형태의 학교가 아니라 시대에 대안이 되는 기독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온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아니라, 세상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품성과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길러내자는 마음으로 모든 교사들이 헌신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다.

친구들 사이에 비교 당하는 일도, 따돌림 당하는 일도 없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은 더욱 당당하고도, 조화롭고 협동심 강한 성격으로 자라나고 있다. 우리기독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은 ‘예전 학교로 돌아갈까?’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럴 일이 없기에 아이들은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들을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보내는 중이다.

▲ 우리기독학교 어린이들과 장애인들의 통합교육 시간. ‘우리’의 넓고도 풍성한 개념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소중한 기회이다.

우리기독학교에서 ‘우리’란 단순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나, 같은 반 친구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는 이들, 멀리 지구촌의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까지 ‘이웃’이란 말뜻에 포함된다.

한 달에 두 번씩 이루어지는 장애인들과의 통합교육은 그래서 우리기독학교 아이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다. 와우리교회 부설기관 중 하나인 장애인주간센터와 협력해서 이루어지는 이 통합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생김새도 표현방식도 다른 장애인들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통합교육이 거듭되면서 이제는 스스럼없이 서로 손을 잡고 다니며 즐겁게 어울리는 관계가 됐다. 어린이와 장애인들은 정서와 공감대가 일치하는 지점이 많기에 오히려 수업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담당교사의 설명이다.

또 하나 우리기독학교 아이들의 평상시 습관 중 하나는 손수 모자를 뜨는 것이다. 직접 노력을 들여 만든 모자들은 국제구호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으로 보내져 판매되고, 그 수익금으로 제3세계 아이들을 돕는 사업이 펼쳐진다.

이런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뿐 아니라 이웃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을 키우게 된다. 하루하루 축적되는 우리기독학교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속에는 ‘배려’라는 소중한 가치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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