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화 상임대표(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바른인권여성연합 )
이봉화 상임대표(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바른인권여성연합 )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프랑스 의회가 여성이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50년 만에 헌법에 낙태할 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됐다. 프랑스는 1975년 이후 이미 낙태를 합법화해 왔으므로 실제적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낙태의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이기 때문에 논쟁이 됐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쟁점

프랑스의 ‘친(親)낙태’가 정치 이슈로 부상한 것은 2022년 6월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이 영향을 미쳤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미국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판례였으나 49년 만에 트럼프 행정부 때 폐기됐다.

태아생명권과 여성결정권의 논쟁은 프랑스뿐 아니라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각국의 법제는 태아의 생명을 신성불가침으로 삼지는 않는다. 급박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일정한 기간 안에 낙태죄를 벌하지 않는 예외 규정들을 둔다. 이 부분은 입법자들의 입법철학과 윤리관, 지혜를 필요로 하는 무거운 과제다. 그래서 낙태죄 규정을 보면 그 나라의 법질서 및 법정신의 품격과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구멍 난 태아생명 보호장치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1953년 만들어진 형법의 낙태죄 규정 중 일부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았고,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제21대 국회가 끝나가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현재까지도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자동 폐기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양식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법질서에서 가장 귀한 가치가 인간의 생명임을 알고 있다. 헌법과 형법의 모든 보호법익은 생명을 둘러싸고 질서를 이루고 있다. 생명법익은 수태에서 출산을 거쳐 사망에 이르기까지 낙태죄 규정과 살인죄 규정으로 규범적 보호를 받고 있는데 태아생명은 법적 보호 장치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 법 개정작업을 등한시한 정부나 입법부의 책임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생명 죽이는 일 멈춰야

프랑스와 미국에서 낙태의 기본권 논쟁은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낙태법을 보면 한 사회의 문화가 사람의 생명을 살려내는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성경적 가치관을 가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창조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기결정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임신 순간부터 태아를 독립된 생명체로 간주하고 있어 태아는 여성의 소유물이 아니며 낙태권은 임신부와 독립된 생명체인 태아의 생명을 침탈하는 것에 가깝다.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낙태 자유는 생명 퇴보를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가족과 부부간의 질서는 물론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끝으로 자신을 방어할 아무 힘이 없는 가장 약한 생명인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전 세계 프로라이퍼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기결정권이니 재생산권이니 하는 그럴듯한 단어로 여성들을 선동하는 급진 이념가들을 향해 경고한다. 태아를 죽이는 일을 이제 그만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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