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기자들이 품은 인생 책, 삶 속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아 독자 여러분과 기쁘게 나누겠습니다.

겸손은 아무리 노력해도 생기지 않습니다. 겸손을 수는 있지만 겸손해지지 않습니다.”

무안한데도 무릎을 '' 치게 만드는 그의 말과 글에는 중독성이 있다. 첫 모금은 숭늉처럼 은근하나 에스프레소처럼 농밀하면서 알싸한 산미가 묻어난다. 박영선 목사의 메시지에는 언제나 바로 잡음이 있고 그로 인한 바로 잡힘이 있다.

복음 전도, 제자()에 대한 그의 시선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에게, 더군다나 보수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단의 교인들에게 이보다 익숙한 분야가 또 있을까. 땅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라는 말씀은 모든 신자의 정체성이자 소명이요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맞다. 그러나 박영선 목사(남포교회)는 그의 책 인격의 제자훈련(복있는사람 2019)에서 그 시각에 집중된 우리의 시선을 크게 확장시킨다. ‘제자()는 복음 전도자그 이상의 함의를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자는 전도자가 아니라 사는 자입니다.” 여기서 아니다라는 부정의 의미보다 사는 자를 강조하기 위한 전환의 개념이다. 저자는 신자 된 자의 첫 번째 책임은 전도가 아닌 사는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대표 저서에서 일관되게 강조해 온 신자는 하나님의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다라는 말과 일치한다. 그의 일성은 제자훈련에서도 같다. 한국 교회에서 신자의 첫 번째 책임을 전도라고 강조했듯, 제자훈련 역시 특정한 일을 위한 부르심으로 오해시키는 관성을 첫 장부터 짚었다.

제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의 백성답게 살아가는 자입니다. 제자훈련은 군복을 입는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데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제자훈련을 통해 구령의 열정을 가진 사역자를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삶으로 신자의 길을 가르치는 제자를 만나기란 여간 힘들다. 저자는 특유의 해학적 필체로 교회의 오랜 현상을 진단하며 풀어낸다. 그 결과 신자로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전도, 구령 사역을 한결 여유 있는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신자라는 존재는, 불이 아니라 빛입니다.”

교회에 갔더니 교회 등록을 마친 새 신자가 여러분에게 묻는다. “제자가 뭐예요? 제자훈련은 또 뭐죠?”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일지. 솔직히 당황스럽다면 저자의 책으로 다시 영점을 맞춰보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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