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특별했던 ‘통일비전캠프 2016’

한국교회 통일단체 협력 강화, 양질의 강의로 핵심 쉽게 전달 ‘호응’

“통일에 관심이 없었어요. 뉴스에도 부정적인 소식만 나오고. 그러나 여기 와서 전문가들과 현지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의 뜻에 따른 통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월 25~29일 서울 팀비전센타에서 열린 ‘통일비전캠프 2016’ 4일째, 대학생 이한결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통일에 전혀 관심 없던 그가 불과 4일 만에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결 씨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통일비전캠프에 처음 참석한 4명의 친구들도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통일 초보자에게도 통일을 쉽게 풀이하여 쉽게 전달하고, 아울러 비전까지 심어주는 것. 이것이 통일비전캠프만의 특징이다. 벌써 9회째다. 1500여명 가까운 청년들이 이 캠프를 거쳐 갔다. 이 중에서는 통일사역자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통일을 쉽게 전달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일까. 이와 더불어 통일비전캠프만이 지닌 특별함은 무엇일까.
 
 

연합으로 키운 통일일꾼

먼저 ‘통일을 쉽게 풀이한다’는 장점을 들여다보자. 사실 통일은 그리 쉬운 주제가 아니다. 남북한을 넘어 동북아, 국제사회까지 연관되어 있는 주제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사회 통일운동은 쇠퇴기로 접어들어 좀처럼 기지개를 못 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비전캠프는 양과 질에서 모두 훌륭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사회 통일 행사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사역자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이 지속되다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통일 관련 핵심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잘 알다보니, 그만큼 쉽게 풀이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연합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일단체, 전문가, 사역자들이 하나 되어 통일비전캠프를 매년 1월 한국교회 통일축제로 치른다.

주관단체의 면면을 보자. 부흥한국 평화한국 예수전도단 한국대학생선교회 안디옥선교훈련원 뉴코리아 6개 단체가 공동주관이다. 여기에 통일코리아협동조합 평통기연과 내수동교회 등 16개 단체와 교회가 협력한다.

이 정도면 한국교회 내 거의 모든 통일단체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단체 중에는 대북관에 따라 우측을 지향하는 단체도 있고, 현장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며 좌측에 서 있는 단체도 있다. 그럼에도 별 다른 잡음이 없다.

평통기연 윤은주 사무총장은 “우리 안에 시각차도 있고 통일에 대한 접근방식도 다르지만, 우리끼리 연합을 하는 훈련도 되고, 색이 다른 단체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루는 이른바 통일예행연습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으로 일군 효과는 이것만이 아니다. 통일비전캠프는 계속해서 통일일꾼을 길러내고 있다. 셋째 날 ‘폴란드와 독일 사이에서 보는 화해와 통일’이라는 주제 강의를 진행해 큰 주목을 받았던 김규남 박사(바르샤바국립대 국제관계학 연구소)는 2011년 통일비전캠프에 참여했다가 통일운동에 투신했다. 같은 날 현장이야기를 전한 오테레사 전도사 역시 초창기 때부터 통일비전캠프에 참여한 계기로, 통일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 통일비전캠프 참가자들이 탈북민 엄에스더 씨가 마련한 북한 길거리 음식 '두부밥'을 시식하고 있다. 엄에스더 씨는 "북한의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실정 드러낸 깊이 있는 강연

화려한 강사진은 통일비전캠프만의 자랑이다. 한국교회 안팎 통일전문가와 현장사역자가 캠프를 찾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북한전문가로 꼽히는 서훈 교수(이화여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배기찬 이사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기에 신변보호 관계로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현재 북한에서 사역중인 현장사역자들도 강단에 올랐다.

최고들이 만나다보니, 양질의 강연이 보장된다. 이중에서도 서훈 교수와 배기찬 이사장이 나선 전문인 토크콘서트는 백미였다.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 출신인 서훈 교수와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실 동북아비서관을 경험한 배기찬 이사장, 두 명의 대북통이 이야기를 섞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배 이사장은 “김정은도 일본도 미국도 중국도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 단 하나의 조건은 그들이 원하는 통일이 될 때”라며, “주변 정세 때문에 통일이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 주변국가가 동의할 수 있는 통일에 대한 가치와 비전 프로세스를 마련할 때 통일이 다가올 것”이라는 기발한 주장을 폈다.

이와 같이 북한을 누비는 사역자, 최고의 통일전문가와 북한전문가, 대외전문가들이 꾸미는 통일비전캠프는 통일을 향한 종합선물세트를 선물하며, 새 일꾼을 양성하는 한국교회 통일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년째가 되는 내년에는 한국교회 통일운동에 어떠한 새바람을 불어넣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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