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한파 속 미래자립교회 난방비 부담
'개척교회 난방비 지원 프로젝트' 눈길

얼마 전 난방비를 아끼려 보일러 대신 온수매트와 전기장판에 의존하던 노부부가 이로 인한 화재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올겨울 연이은 한파에도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개척교회와 농어촌교회를 비롯한 많은 미래자립교회들 역시 힘겨운 겨울나기 중이다.

계속되는 한파 속에 급증한 난방비로 미래자립교회는 더 춥다. 낙도에서 사역하는 봉선교회 김기빈 목사가 난방비 부담에 보일러를 끄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 속에 급증한 난방비로 미래자립교회는 더 춥다. 낙도에서 사역하는 봉선교회 김기빈 목사가 난방비 부담에 보일러를 끄고 있다.

전남 완도에서 사역하는 김기빈 목사(봉선교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목사가 사택에서 보일러를 켜는 경우는 샤워할 때뿐이다. 그 외에는 최대한 옷을 두껍게 껴입은 채 하루를 지낸다. 잘 때도 마찬가지, 전기장판을 쓰기는 하지만 방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다. 교회에서도 주일예배 시간에 맞춰 잠깐 히터를 가동할 뿐, 새벽예배 때까지 운용할 여력은 없다. 낙도 목회의 특성상 교인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만큼, 그는 목회자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요즘같이 추울 때면 걱정돼 어르신들 가정을 한 바퀴 돌며 심방하는데, 다들 외부 활동은 차마 엄두도 내지 못하시고 집 안에서 이불만 덮고 계신 모습을 보면 많이 안타깝죠. 그런데 교회마저도 따뜻한 공간을 내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경기북노회(노회장:김형수 목사) 산하 교회들이 위치한 의정부, 포천 등 경기북부지역과 강원도 철원 등은 전국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올해도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노회 임원들은 산하 미래자립교회들을 순찰했다. 동행한 노회 교회자립지원위원회 서기 송정의 목사(정교교회)는 “목회자들이 대체로 자기 형편을 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직접 순회하며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라며 “노회 안에 서로 어려움을 살피고 돕는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위원회가 직접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교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도 감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추위로 고생하는 미래자립교회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곳도 있다. 크리스천 소셜미디어 채널인 교회친구다모여(대표:이종민 목사, 이하 교친다)는 SNS와 책 등을 통해 전도사역을 펼치는 ‘햇살콩’(김나단, 김연선 선교사) 부부와 함께 지난 연말 ‘개척교회 난방비 지원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23만명의 플랫폼 교친다와 팔로워 15만5000명의 인플루언서 햇살콩이 온라인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모금에는 일주일동안 838명이 응답하면서 후원금 5713만원이 답지했다. 동시에 교회들을 상대로 난방비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550여 교회가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필요를 구했다.

80세가 넘는 노(老)집사의 “헌금을 못해서 죄송하지만 교회 문은 닫지 말아주세요”라는 요청에 차마 교회 문을 닫지 못하는 교회, 냄새가 심한 조립식 패널 건물에 한파로 수도가 얼고 터졌음에도 수리비가 없어 급한 대로 빌려서 고치고 예배하는 교회, 암 투병을 하면서도 주님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만두지 못하고 2~3명의 성도와 예배드리는 교회 등 어느 하나 절실하지 않는 사연이 없었다. 신청하려다 더 어려운 교회의 사정을 듣고 양보한 교회도 있었다. 두 단체는 그 중에서 더욱 도움이 필요한 188교회를 선정했고, 교회마다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난방비 20만원과 더불어 어려운 현실에 외식은 꿈꿀 수조차 없는 사역자 가정을 위해 식사비 10만원을 더해 전달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친다 황예찬 총괄PD는 “지원 교회를 선정하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물론 모인 금액으로 도움을 전할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지만, 안타깝게 도움을 못하는 교회들을 생각할 때 먹먹하기도 했다”라며 “그럼에도 따스한 곁이 돼준 후원자들과 수천, 수만의 기도자들 덕분에 올 겨울이 조금은 따뜻해진 것 같다. 서로 모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한 몸임을 알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는 각 교단에도 추천을 받았는데, 총회에서는 교회자립개발원(이사장:이현국 목사)이 8개 권역에서 26개 교회를 발굴해 명단을 전했다. 교회자립개발원 사업팀장 김천 목사는 “자체적으로 난방비라든지 긴급한 필요를 챙길 수 있으면 좋은데, 한정적인 재원으로 자립지원, 자립화교육, 장학, 은퇴 후 지원 사역 등에 집중하다보니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라면서도 8개 권역별로 안에 있는 노회를 통해 미래자립교회 실태에 관심을 갖고 살피며, 어려움에 함께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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