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 교수(총신대 아동학과)
강유진 교수(총신대 아동학과)

우리 사회 출산율의 하락추세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최근 통계청은 2023년 3분기 인구동향을 발표하면서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고 보고했다. 2018년 0.98명으로 합계출산율 1명이 무너진 이후 불과 5년 만이다. 2001년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에 머무는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하면서부터 우리 사회는 출산을 촉진하는 정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합계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일-가족 양립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출산의 중요한 해법이라고 보고 보육시설 확충, 양육비 지원, 아동수당 확대 등의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저출산의 하락세를 막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끝 모를 출산율의 하락을 우리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저출산의 효과적 해법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출산행동의 의미를 보다 복합적 맥락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출산행동은 매우 사적인 행동인 듯 하나 동시에 사회적 행동이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은 사회의 후속세대를 탄생시키고 규범을 학습시키고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을 키워내는 소위 ‘사회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출산행동은 결혼-출산-자녀양육 및 교육으로 이어지는 ‘가족만들기’ 과정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출산율 하락은 단지 합계출산율에만 그 의미가 있지 않다.

결혼행동과 관련해, 지난 수년간 합계출산율 하락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혼인율 하락, 평균 초혼연령의 증가, 30대 청년 미혼율의 증가의 지표들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표들은 우리 사회 젊은 세대에게 ‘결혼적령기’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결혼은 상황에 따라 미루거나 꺼려지는 ‘선택적 발달과업’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녀양육과 관련해, 최근의 조사는 더 충격적이다. 2023년 서울대와 한국리서치에서 15개 국가의 시민 1만500명을 비교한 조사에 의하면 서울 시민의 81%가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여긴 반면, ‘인생의 기쁨’이라는 응답은 이보다 13%나 낮았다. 이는 1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또한 2018년 전국 자료에 의하면, 미혼 청년 인구 중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이 미혼 여성에게서는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러한 충격적 변화가 고용불안, 치솟는 주거비용, 높은 사교육비, 자녀양육으로 인한 개인시간의 부족, 자녀양육비용으로 인한 노후준비 부족 등 사회 환경의 불안정성과 결합된 복합적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결국 가족은 더 이상 가치로운 의무가 아니며 ‘짐’이 되어 버렸다. 저출산에 대한 해법은 궁극적으로 ‘가족만들기’가 짐이 아니라 기쁨인 길을 찾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전체 사회가 ‘가족친화환경’을 만들도록 움직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갈린스키 등 서구 학자들이 제시한 기업에서의 가족친화문화발달의 4단계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1~2단계는 보육, 탄력근무제 등 일-가정양립 정책들을 마련하지만, 이것을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로 한정하거나 기업의 효율성을 얻기 위해 노동생산성의 차원으로만 다룬다. 반면 3~4단계에 이르면 가족친화의 문제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에 진입한다. 일-가족양립의 문제의 중요성을 조직 전체가 공감하면서 보다 폭넓은 생태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아예 작업과정 자체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맞추고 조직의 문화 자체를 일-가정 양립과 일치시켜 나가는 데 집중한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해 기업은 지역사회와 적극적 협력을 취하면서 사회생태체계 전체가 가족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보육과 양육부담 지원, 육아휴직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의 정책을 쏟아 내고 있음에도 정책의 효과성이 없는 것은 저출산의 문제를 여전히 여성, 혹은 보육이 필요한 특정 가족의 문제로만 간주하는 단계에 머물기 때문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이 단계에 머문다면 출산 관련 정책은 출산행동에 직접 관련이 있는 성별과 세대에 국한된 것일 뿐, 가족만들기의 짐을 덜기 위한 전체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출산행동은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이루는 사회적 행동임을 상기해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위의 3~4단계에서와 같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전체 사회 생태체계에 가족친화적 여건을 촉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시간을 논의한다면 단순히 노동생산성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가족의 삶과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보육 등 양육과 돌봄의 문제는 단순히 양적 수용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만큼 신뢰할 수 있는 질적 여건이 마련됐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가족만들기 과정을 사회가 함께 돕고 있다는 가족친화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총회다음세대목회부흥운동본부가 지역주민의 자녀양육과 돌봄지원을 위해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교회가 가족친화환경 조성의 핵심적 연결고리로써 저출산 문제를 전체 사회구성원이 공감하는 이슈로 확장하고 이것의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모두를 참여시킨다는 측면에서 저출산 해법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족만들기 과정이 친근하고 수월하며 가치롭기 위해서 교육, 경제, 복지, 더 나아가 교회 등 사회 각 영역의 전 생태체계가 저출산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호협력하며 가족친화의 삶의 여건을 마련하는 데 전심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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